최철한 9단은 밀어붙이는 힘이 대단하다. 특히 초반부터 싸움을 걸어 한번 승기를 잡으면 좀처럼 우세를 놓치지 않는다. 두터움을 공격적으로 활용하는 데 능하기 때문이다. 이 흐름에 걸리면 이창호 9단도, 이세돌 9단도 무사하기 어렵다.
이번 대국은 이 같은 최 9단의 스타일대로 진행됐다. 초반 백 26으로 끊어 싸움을 걸어간 뒤 백 52까지 하변 흑을 포위망 속에 가두며 우세를 확보했다. 이후 끊임없이 흑이 백의 벽에 도전했지만 최 9단은 끄떡없이 버텼다. 그가 흑을 궁지에 몰아넣고 마무리 펀치를 날리기 직전 흑이 돌을 던졌다. 최 9단은 완급 조절의 진면목도 보여줬다. 우하 대마 공격이 여의치 않자 백 68로 한 템포 늦추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반면 흑이 93으로 반발하자 단호히 94로 젖혀 중앙 흑 말을 잡아버렸다.
47, 48기 국수였던 최 9단에게 국수전은 고향 같은 기전. 49기에 타이틀을 잃고 50기에는 본선에서도 탈락했다. 이후 이상하게 예선을 뚫지 못하고 번번이 떨어졌다가 이번에야 고향에 돌아왔다.
흑이 백 144 때 돌을 거뒀는데 더 둔다면 어떻게 될까. 참고도 백 3과 7로 흑을 몰아붙이는 수가 있다. 백 13까지 흑은 확실한 두 집이 나지 않는다. 흑이 결국 살긴 하겠지만 옹색하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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