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안무가 롤랑 프티의 대표작 ‘카르멘’은 주역 무용수의 카리스마가 깊은 인상을 주는 작품이다. 사진 제공 국립발레단
《고전발레 ‘백조의 호수’도, ‘호두까기 인형’도 없지만 아쉽지 않다. 그 대신 국내에서 만나기 쉽지 않은 모던발레 공연이 여름 무대를 찾아온다.
국립발레단은 7월 15∼18일 ‘롤랑프티의 밤’을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유니버설발레단은 7월 16∼18일 ‘디스 이즈 모던’을 서울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롤랑프티의 밤’에서는 이제 아흔이 가까운 안무가 롤랑 프티의 대표작 ‘아를르의 여인’ ‘젊은이와 죽음’ ‘카르멘’이 국내 초연된다.
‘디스 이즈 모던’에선 하인츠 슈푀를리의 ‘올셸비’, 윌리엄 포사이드의 ‘인 더 미들, 섬 왓 엘리베이티드’, 오하드 나하린의 ‘마이너스 7’ 등 현재 세계 무용계를 이끌고 있는 주요 안무가들의 작품이 오른다.
같은 듯 다른 두 공연의 감상 포인트를 짚었다.》
○ 돌아온 스타
두 공연 모두 돌아온 스타가 눈에 띈다. ‘롤랑프티의 밤’ 공연에는 2009년 은퇴한 이원철 씨가 ‘젊은이와 죽음’의 젊은이 역으로 출연한다. 이 씨는 “어릴 때 어머니가 빌려온 영화 ‘백야’ 비디오에서 ‘젊은이와 죽음’을 보고 작품 이름도 모른 채 강한 인상을 받았었다. 꼭 출연해보고 싶은 작품이었다”라고 말했다.
‘디스 이즈 모던’ 중 ‘인 더 미들…’에는 2005∼2007년 모나코 몬테카를로발레단을 거쳐 2007년부터 네덜란드 국립발레단에서 활동해온 발레리나 한상이 씨가 출연한다. 한 씨는 “네덜란드에서는 1년 레퍼토리 중 절반 정도가 모던발레다. ‘인 더 미들…’에도 출연한 적이 있다”며 “그동안 배운 것을 한국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 숲 vs 나무
이스라엘 안무가 오하드 나하린의 ‘마이너스 7’. 똑같은 중절모를 쓰고 검은 정장을 차려입은 무용수들의 군무가 돋보인다. 사진 제공 유니버설발레단 스타가 나오지만 스타를 활용하는 방식은 다르다. ‘롤랑프티의 밤’이 나무(주역)가 돋보이는 공연이라면 ‘디스 이즈 모던’은 숲(군무)을 보는 재미가 있는 작품들로 구성했다.
‘롤랑프티의 밤’ 중 ‘젊은이와 죽음’은 노란 드레스 여인(윤혜진, 장우정)과 사랑에 빠진 젊은이(이원철, 이동훈)가 고뇌에 빠진 채 결국 자살한다는 줄거리. 주역들의 연기력이 관건이다. 돈 호세(김현웅, 이영철)와 카르멘(김지영, 윤혜진)의 격정적인 사랑을 그린 ‘카르멘’은 주역 발레리나의 섹시한 카리스마가 돋보인다. 롤랑 프티가 “지지 장메르(초연 당시 카르멘 역)만 한 카르멘은 지금까지 없었다”라고 말할 정도로 그 매력을 표현하기 어려운 역할이기도 하다. ‘디스 이즈 모던’ 중 ‘마이너스 7’은 도입부에서부터 무용수 25명이 똑같은 중절모와 검은 정장을 입고 등장해 일렬로 늘어선 의자 위에서 일사불란한 동작을 펼친다. 여성 무용수들이 메트로놈 박자에 맞춰 춤을 추는 장면도 등장한다. ‘인 더 미들…’은 무용수 9명이 쉴 새 없이 도약과 점프를 펼치는 작품이어서 고른 기량과 체력이 중요하다.
○ 고전발레를 보는 두 가지 방식
롤랑 프티의 안무는 고전발레를 벗어나기보다 오히려 그 기본 테크닉을 최대한 활용한다.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지영 씨는 “‘카르멘’의 의상은 튀튀(치맛자락 부분)가 없기 때문에 다리 움직임이 다 드러난다. 정확한 동작을 보여줘야 하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디스 이즈 모던’ 중 ‘올쉘비’와 ‘인 더 미들…’은 고전발레를 비트는 작품이다. 무용평론가 유형종 씨는 “‘인 더 미들…’은 아름답기보다는 날카로운 동작, 금속성 음악 등 ‘이것이 현대적인 것’이라고 보여주는 듯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올셸비’는 18세기 유럽 여성들의 치마를 부풀리는 데 썼던 후프를 의상으로 활용하는 등 기발한 의상과 연출이 돋보인다. ‘마이너스 7’은 발레가 아닌 현대무용 작품이다. ‘디스 이즈 모던’은 1만∼6만 원, 커플석 15만 원. 070-7124-1737. ‘롤랑프티의 밤’은 5000원∼12만 원. 02-587-618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