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내 배역, 내가 봐도 모질게 막장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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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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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쁜 놈이 더 잘잔다” 주연 김흥수

인터뷰를 하는 동안 개구쟁이 소년 같았던 김흥수는 카메라를 들이대자 모델 출신답게 다양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 중 가장 ‘나쁜놈’ 같이 나온 사진이 이것이다. 박영대 기자
인터뷰를 하는 동안 개구쟁이 소년 같았던 김흥수는 카메라를 들이대자 모델 출신답게 다양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 중 가장 ‘나쁜놈’ 같이 나온 사진이 이것이다. 박영대 기자
“2시간 만에 나쁜 놈으로 변해가는 과정이 재미있었어요.”

신작 누아르 영화 ‘나쁜 놈이 더 잘 잔다’에서 ‘막장 청춘’으로 변신한 배우 김흥수(27).

빚만 남기고 감옥에 간 아버지, 철부지 동생들, 허물어질 것 같은 재개발 달동네 집…. 김흥수는 암담한 현실 속에서 주유소 아르바이트로 근근이 살아가는 주인공 윤성을 연기했다. 캐나다 이민을 꿈꾸며 어렵게 모은 밑천을 사기도박으로 날린 그는 마지막 인생역전을 위해 건달 출신 포르노 배우 종길(오태경), 가짜 연예인 매니저 영조(서장원)와 총을 들고 은행을 턴다.

그동안 드라마 ‘꽃보다 아름다워’ ‘해신’ ‘천하무적 이평강’을 통해 막내 동생 같은 친근한 이미지를 보여줬던 그를 떠올리면 대단한 연기 변신이다. 김흥수는 윤성에 대해 “진짜 막장인 친구”라며 “안 해 본 역할이라 더 설렜다”고 웃었다.

김흥수에 따르면 윤성은 ‘재수 없는 놈’이다. 그리 착한 놈도 아니면서 모든 짐을 짊어지려 하고 착한 척해서 재수가 없단다. 어설픈 친절은 화만 부른다. 상황은 더욱 꼬이고 막다른 길에 몰린 윤성은 결국 나쁜 놈이 된다.

“윤성이 변해가는 과정을 표현하는 데 연기의 중점을 뒀어요. 누구나 악한 면이 있으니까 공감이 갔어요. 개인적으로는 마지막에 모든 것을 잃은 윤성이가 피칠갑을 하고 울다 웃다 쓰러지는 연기가 제일 마음에 듭니다.”

그는 이번 영화에서 처음으로 뒤태 전신 노출을 감행했다. 여고생 동생 해경(조안)이 조직폭력배에게 납치됐다는 전화를 받고 총기를 구하기 위해 장물아비인 포르노 업자의 비디오에 출연하는 대목에서다. 카메라 앵글은 거칠고 노골적이었다. 첫 노출신이 이렇다면 남자배우라도 부담스러울 만했다.

하지만 김흥수는 “막상 다 벗고 촬영해보니 새로운 걸 해냈다는 생각에 즐거웠다”고 했다. “베드신은 촬영이 다 끝날 때쯤, 전날 피범벅인 채로 밤샘 촬영을 하고 아침에 대중목욕탕에 가서 피를 씻어내고 돌아와 바로 찍었어요. 어쩌면 베드신을 연기하는 동안에는 ‘이걸 빨리 끝내야지’라는 생각만 했을 수도 있죠.”

김흥수는 1999년 KBS 드라마 ‘학교2’로 데뷔한 11년차 배우다. 그는 “작품에서 이런저런 역할을 해보면서 잘해보려고 발버둥치는 과정이 즐겁고, 배우인 내가 좋다”고 말했다.

그는 연기 생활로 도중에 그만둔 세종대 영화예술학과에 내년쯤 재입학할 예정이다. 2002년 작품이 몰릴 때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그만두었던 학교여서 미련이 많았다. 최근 학과 교수의 권유도 있었고 1학년부터 새로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그는 내친김에 장학금을 타겠다는 의욕도 보였다.

‘나쁜 놈이 더 잘 잔다’는 영화 제목과는 달리 김흥수는 요즘 밤잠을 설친다. 30개월간 사귀었던 ‘일반인’ 여자 친구와 며칠 전 헤어졌기 때문이다.

“토요일(5일)에 헤어졌어요. 이틀 밤을 못 자서 정신이 없어요. 자다가도 또 생각나서 일어나요. 충격이 좀 커요. 여자를 소개해 준다고요? 이상형은 손과 발이 가늘고 길고, 어깨선도 예쁘고, 얼굴도 미인이고, 성격도 좋고, 그리고 또….”

‘나쁜 놈이…’는 24일부터 극장과 인터넷TV(IPTV)를 통해 관객을 만난다. 착하게 살아보려던 주인공이 주변 여건이 억수로 나빠 파멸해 간다는 설정은 홍콩영화 ‘열혈남아’와 닮았다. 막장 청춘들이 사기치고 훔치고 도망치는 과정은 이완 맥그리거의 ‘트레인스포팅’을 떠올리게 한다. 범상치 않은 영화의 제목은 구로자와 아키라(黑澤明) 감독의 고전 영화 ‘나쁜 놈일수록 잘 잔다’(惡い奴ほどよく眠る·1960년)에서 따왔다.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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