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백조의 호수’ 한국 춤사위로 다시 태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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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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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무용단, 28-29일 세종문화회관서 ‘퓨전무대’

토슈즈 대신 ‘코슈즈’ 신고 어깨춤 덩실∼

한국 춤사위로 안무한 무용극 ‘백조의 호수’. 임이조 단장은 “백조들의 손끝에서부터 한국적인 멋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세종문화회관
한국 춤사위로 안무한 무용극 ‘백조의 호수’. 임이조 단장은 “백조들의 손끝에서부터 한국적인 멋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세종문화회관
토슈즈 대신 ‘코슈즈’(버선을 본떠 만든 무용화·사진)를 신었다. 한국 고유의 어깨춤으로 백조의 날갯짓을 표현한다.

사악한 마법사 로트바르트의 저주에 걸려 백조가 된 오데트 공주가 ‘설고니 공주’로 다시 태어났다. 차이콥스키의 ‘백조의 호수’에 한국춤을 결합한 무용극 ‘백조의 호수’가 28, 2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오른다.

배경은 고대 한민족이 활동하던 만주 지역. 지그프리트 왕자는 부연국 지규왕자, 마법사 로트바르트는 비륭국을 멸망시킨 만강족 족장 노두발수로, 흑조 오딜은 거문조로 바꾸었다. 2시간 20분에 이르는 원곡을 편집해 5장으로 구성된 1시간 40분짜리 작품으로 만들었다. 오데트 공주가 백조로 변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는 발레와는 달리 노두발수가 자신의 사랑을 받아주지 않는 설고니 공주에게 분노해 저주를 걸었다는 줄거리도 삽입했다.

2장 지규왕자 생일잔치 장면에서는 한삼(긴 소매)을 낀 무용수들이 줄지어 등장해 생일을 축하하는 춤을 춘다. 4장 태자 책봉식에서는 무용수들이 캐스터네츠처럼 생긴 ‘향발’을 부딪치며 ‘백조의 호수’ 곡조에 박자를 맞춘다. 조선시대 궁중 진연에서 추던 춤을 극의 잔치 장면에 응용한 것. 스페인 춤, 헝가리 춤 등 발레 속 캐릭터 댄스는 중국 일본 몽골의 전통춤으로 바꾸었다.

이 작품을 안무한 임이조 서울시 무용단장은 “한삼춤이나 향발춤 등 우리 전통 춤사위도 서양 음악에 얼마든지 어울릴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백조들이 등장하는 3장 호수 장면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바로 발끝이 아니라 발뒤꿈치에서 시작되는 무용수들의 발 디딤. 앞코가 살짝 들린 버선 모양의 ‘코슈즈’를 신고 뒤꿈치부터 땅을 디딘다. 까치걸음과 자진걸음으로 물 위를 우아하게 떠다니는 백조의 움직임을 표현했다. 군무에서 직선이나 사선 대형을 주로 쓰는 발레와는 달리 원형과 곡선 대형을 많이 이용했다.

왕자가 생일선물로 받아 노두발수를 쓰러뜨리는 데 사용하는 활은 전통 석궁을 본떠 만들었다. 2장에서 혼인하기 싫어하는 왕자에게 혼인을 해야 한다고 권하는 사람은 어머니가 아니라 왕가의 가장 큰 어른인 할머니다. 이렇게 극 속 세밀한 부분까지 ‘한국적인 요소’에 신경 썼다.

임 단장은 “물 흐르는 듯한 한국 전통음악 대신 소절이 딱딱 나뉘는 서양 클래식 음악은 중간중간 춤을 추다 연기를 해야 하는 무용극에 안성맞춤”이라고 설명했다. “박자가 빨라 동적인 대신 절제미가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공주의 1인무나 듀엣에서 차분하고 정적인 느낌을 가미해 한국 고유의 정중동(靜中動)을 느낄 수 있도록 한 것도 그 때문이죠.”

그의 설명처럼 ‘백조의 호수’는 우리 전통음악에 비해 선율 위주이고 훨씬 빠르다. 이 때문에 무용수들이 쉴 새 없이 춤을 춰야 한다. 이번 공연에서 설고니 역과 거문조 역을 번갈아 맡는 이진영 씨는 “한국 전통음악에는 호흡을 하기 위한 여백이 있는데 서양 음악에서는 그런 여백이 없어 처음엔 적응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노두발수 역의 이영일 씨는 발레와 현대무용을 전공한 무용수. 국수호무용단 ‘천무’ 등 전통 춤극에도 출연해 왔다. 이 씨는 “춤에는 본래 경계가 없다고 생각한다. 원작을 답습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작품 창작이라는 점에 공감했다”고 말했다.

설고니와 거문조 역에는 박수정 씨가 함께 출연하고 지규왕자 역은 신동엽 씨와 이혁 씨가 맡는다. 2만∼7만 원. 02-399-1114∼6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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