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제53회 국수전… 괄목상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6일 03시 00분


○ 이창호 9단 ● 홍기표 4단
결승 5번기 3국 1보(1∼23) 덤 6집 반 각 3시간

‘손으로 눈을 비비며 상대를 바라본다’는 뜻의 괄목상대(刮目相對)는 전에는 안 그랬는데 갑자기 놀라운 성취를 이룬 상대에게 쓰는 말이다.

결승 1국을 이창호 9단이 이기자 많은 사람이 “역시 (홍기표 4단이) 아직은 (이 9단의 상대가) 안 될 거야”라고 말했다. 이번 결승전은 3 대 0으로 끝나겠다고 내다본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2국에서 홍 4단이 완벽한 승리를 따내자 “홍 4단이 일을 낼 수도 있겠는데…”라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그만큼 2국을 승리하는 과정이 인상적이어서 사람들이 홍 4단을 ‘괄목상대’했다. 여기에 “이 9단도 옛날 이창호가 아니다”라는 목소리도 들렸다.

홍 4단은 흑 9로 바짝 협공한다. 참고1도를 머릿속에 그리고 있다. 이 정석은 흑이 만족스럽다는 계산이다.

백은 손을 빼어 백 10, 12로 둔다. 흑의 페이스에 말려들지 않고 유연하게 초반을 이끌겠다는 뜻. 백 20까지는 이견이 없는 수순. 흑이 좌상 귀 정석을 마무리하려면 참고2도 흑 1을 둬야 한다. 근거의 요충지여서 백에 아흔아홉 번은 두는 곳.

그러나 홍 4단은 백 2로 덮어오는 수가 싫다. 흑 3, 5로 탈출할 순 있는데 백 10으로 한방 얻어맞는 것이 기분 나쁘다. 또 백 12까지 계속 곤마로 쫓겨야 한다. 홍 4단은 실리를 챙기지 않고 흑 23으로 먼저 달아난다. 좋은 행마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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