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제 53회 국수전…자신감 넘치는 수읽기

  • 동아일보

○ 홍기표 4단 ● 이창호 9단
결승 5번기 2국 6보(87∼102) 덤 6집 반 각 3시간

우변에서 수를 내는 과정을 보면 홍기표 4단의 수읽기가 녹록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흑 91로 참고도 흑 1에 두면 흑 5까지 상하를 안전하게 연결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홍 4단은 국후 검토에서 백 6의 맥을 선보였다. 백 12까지 흑은 백의 포위망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그래서 이창호 9단은 흑 91에 둬 살짝 수순을 틀어본다. 이미 배부른 백이 물러서준다면 적당히 타협을 하고 이곳 변화를 마무리 짓고 싶다. 불리해도 아직은 기회가 있을 테니까.

이 9단의 기대와 달리 홍 4단은 백 92로 한 번 더 칼끝을 들이댄다. 그의 손길은 확신이 넘친다. 자신의 수읽기에 대한 자신감이 충만하다. 이 9단의 명성에 주눅 들면 수를 읽고도 결행하지 못할 수 있는데 홍 4단은 전혀 그런 티가 없다.

흑 99까지는 외길 수순. 여기서 우변 백이 어떻게 살아가느냐가 관건. 용을 다 그려놓고 마지막으로 눈을 찍어야 할 시점이다. 아마추어가 보면 긴박한 순간인데 홍 4단은 태연하다. 그에겐 이미 읽어놓은 수순이 있다. 백 102가 마지막 결정타. 자칫 참고 2도 백 1의 마늘모를 맥점으로 착각할 수 있다. 하지만 흑 6까지 패가 나 흑에게 숨통을 틔워준다. 백 102가 놓이자 중앙과 우상귀 흑 중 하나는 잡히게 됐다. 홍 4단의 깊고 정교한 수읽기가 이 9단을 KO시키기 직전이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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