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제53회 국수전… 공든 탑이 무너질까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29일 03시 00분


○ 홍기표 4단 ● 이창호 9단
결승 5번기 2국 5보(71∼86) 덤 6집 반 각 3시간

백 ○가 오자 중앙 흑이 지리멸렬한 수준이다.

이창호 9단의 머릿속에 빨간 경고등이 켜졌다. 이대로 가면 패배다.

중앙 흑돌을 지금 당장 움직이긴 어렵다. 자, 그럼 어떻게 할 것인가. 이 9단은 일단 실리부터 챙기기로 했다. 중앙 흑이 잡혔다고 치고 실리에서 한 걸음 더 앞서가고 싶은 생각에 하변 흑 71, 73으로 백 한 점을 손에 넣었다. 이로써 하변과 우변에 60여 집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 판단은 흑의 명을 단축시켰다. 이 9단이 간과하고 있던 수단을 홍기표 4단은 진작부터 노리고 있었다. 백 74가 핵폭탄처럼 반상에 떨어졌다. 포커페이스인 이 9단도 이 수를 보곤 벌겋게 얼굴이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아, 왜 이 수를 깜빡했지.’ 이 9단은 한눈에 이후 수순을 꿰뚫어봤다. 외길이다.

흑 77로 참고도 흑 1처럼 젖혀 백의 수를 한 수라도 줄일 순 없을까. 백은 12까지 선수하고 14로 두는 것이 멋진 맥. 흑 19(백 2의 곳)까지 돌려친 뒤 22로 넘어가면 흑 집이 많이 깨진다.

백은 84까지 죽죽 밀어붙인 뒤 86으로 흑의 폐부를 찌른다. 이 9단은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른다. 애써 벌어놓은 우상 쪽 흑 집이 많이 부서질 것으로 보인다. 응수하기도 고약하지만 응수하지 않으면 더 큰 피해를 본다. 이젠 경고등 수준을 넘어 비상사태가 발생했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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