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가슴이 찡~ 눈물이 핑~ 네 형제자매의 추억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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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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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하루/안나 가발다 지음·허지은 옮김/160쪽·9000원·문학세계사

이젠 어른이 된 형제자매. 예전처럼 한지붕 아래 모여 사는 것도, 서로의 일상을 시시콜콜 알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새로운 가족이 생겼고, 자신만의 인생을 갖게 됐다. 하지만 여전히 그들 사이에서만 통하는 무언가가 있다. 그들 특유의 향기와 어법, 그들의 공통분모인 부모님의 삶, 유년시절을 수놓았던 그들의 추억 등.

감성을 자극하는 감각적이고 섬세한 문체로 현대인의 일상을 풀어왔던 프랑스의 베스트셀러 작가 안나 가발다가 동기간의 우애를 다룬 따뜻한 신작 장편을 펴냈다. 어른이 되어 각자의 삶을 살면서 조금씩 지쳐가던 2남 2녀 네 형제자매가 어느 날 우연히 한자리에 모여 보낸 ‘아름다운 하루’에 관한 이야기다. 가발다는 편안한 서사 위에 밑줄을 긋고 싶게 하는 재치 있는 디테일을 결합해 특별한 사건도 없는 이야기를 흡인력 있게 끌어간다.

소설은 사촌의 결혼식에 가기 위해 여동생 가랑스가 오빠 시몽 내외의 차를 얻어 타면서 시작된다. 차 안은 올케와 시누이의 팽팽한 신경전으로 가득하다. 인색한 약사인 올케 카란은 가랑스에게 눈엣가시다. 가랑스는 모형 만들기의 신, 레고 시스템의 천재, 색연필 회사와 각종 유제품 회사가 주최한 경품대회를 죄다 휩쓴 의지의 소년이었던 오빠를 어린 시절부터 무척 좋아했다. 올케는 그녀에게 오빠 시몽의 진가를 전혀 모른 채 바가지만 긁어대는 눈치 없고 오만한 여자로 보인다. 두 여자의 치고 빠지고 툴툴대며 언성이 높아지는 국지전에 오빠 시몽은 피곤한 기색이 역력해진다.

일상에 지쳐 가던 어느 날 다시 뭉치게 된 네 명의 형제자매. 프랑스의 인기 작가 안나 가발다는 누구나 유년시절을 떠올리며 빙긋 웃게 될 따스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일상에 지쳐 가던 어느 날 다시 뭉치게 된 네 명의 형제자매. 프랑스의 인기 작가 안나 가발다는 누구나 유년시절을 떠올리며 빙긋 웃게 될 따스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그러던 중 둘째인 롤라 언니에. 모두가 부러워할 만큼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었지만 그녀는 최근 이혼했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사촌의 결혼식 참석 여부에 확답이 없었는데, 때마침 오빠인 시몽에게 차를 태워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가랑스에 이어 롤라까지. 두 시누이의 침입에 올케 카렌은 남편에게 짜증스레 말한다. “다음번에는 차 지붕 위에 택시 푯말을 붙여.”

막상 도착한 사촌의 결혼식에는 허영과 인색함으로 가득 찬 친척들뿐이다. 문득 모든 것에 싫증이 나기 시작한 이 세 남매는 일 때문에 참석하지 못한 막내 동생 벵상이 그리워진다. 맥주 한잔씩을 하고 있던 그들은 충동적으로 모의해 몰래 결혼식장을 빠져나간 뒤 벵상이 있는 곳으로 차를 몰았다. 때맞춰 흘러나오는 비지스의 음악에 맞춰 모두들 ‘하!하!하!하! 스테잉 얼라이브’라고 목청 높여 노래하면서.

작가는 어린 시절 그랬듯 한자리에 모두 모인 이들이 서로에게 주는 위안을 유머러스하고 감동적으로 풀어 나간다. 프랑스의 평범한 형제자매 이야기지만 읽는 이를 웃게 하고 가슴 찡하게 만드는 것의 실체는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 “세상의 모든 (형제)자매들은 다들 이해하리라”는 소설 속의 구절처럼.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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