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 209는 시간 연장책인데 백이 210으로 반발했다. 여기서 흑 211이 정수였다. 만약 흑이 참고 1도 흑 1에 두면 백 2로 내려서 손해를 본다. 백 212도 정수. 욕심을 내서 참고 2도 백 1로 두 점을 따내는 것은 흑 2를 선수하고 4(○)로 먹여쳐 6까지 패가 난다.
마지막 1분 초읽기에 몰리면서도 실수가 없다. 오후 7시 반. 길고 긴 대국이 끝났다. 대국자도 지쳤지만 검토실에서 기다리던 사람들도 지쳤다.
두 대국자는 지친 와중에서도 제법 길게 복기를 했다. 초반 포석, 흑 87의 실수 등 여러 대목을 얘기했는데 이상하게 우하귀에 대해선 말이 없었다. 이곳에서 백이 산 것이 승부의 추를 결정적으로 백에게 기울게 했는데도 말이다.
나중에 이창호 9단과 승자 인터뷰를 하면서 물었다.
“아, 백 106 때 흑 107 대신 112의 곳에 둬 간명하게 처리했으면 흑이 좋았어요. 너무 당연한 것이라 얘기 안 한 건데….”
홍기표 4단은 큰 승부임에도 전혀 위축되지 않고 좋은 바둑을 뒀다. 지긴 했지만 아마 충분히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을 얻었을 것이다. 그는 저녁을 먹은 뒤 간단한 카드 게임을 하며 머리를 식혔다. 1국의 패배는 그의 머릿속에서 이미 사라진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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