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제 53회 국수전…선전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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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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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호 9단 ● 주형욱 5단
준결승 2국 총보(1∼168) 덤 6집 반 각 3시간

주형욱 5단은 선전했다. ‘선전’ 외에 다른 표현이 떠오르지 않는 게 아쉽다. 한때 주 5단은 천하의 이창호 9단을 궁지로 몰아넣으며 필승의 국면을 유지하기도 했다. 이 정도의 활약상을 보였다는 것은 칭찬받을 만하다.

주 5단은 대국을 앞두고 “일생일대의 기회”라고 표현했다. 2000년 입단 이래 이처럼 중요한 판을 둔 적이 없었다. 이 고비를 거쳐 결승에 올라간다는 것, 게다가 이 9단 같은 거물을 넘는다는 것의 의미를 그 역시 잘 알고 있었다.

우승을 밥 먹듯 하는 이 9단에겐 그저 중간과정에 불과하겠지만 주 5단에겐 모든 것을 쏟아 부어야 하는 한판이었다. 주 5단은 긴장하지도, 주눅 들지도, 어깨에 힘이 들어가지도 않았다. 주 5단은 과감하고 용의주도했다. 초반 결정적 우세를 잡을 기회를 놓쳤지만 백이 우 상귀에서 한눈파는 사이 흑 93, 95의 절단으로 국면의 흐름을 바꿨고 흑 117에 이르러선 승기를 확실히 잡았다.

그러나 백 124의 묘수를 보지 못한 단 한번의 실수로 나락에 떨어졌다. 참고도처럼 뒀으면 흑의 승리였다. 중간 과정이 어땠든지 결국 강자가 승리를 가져가는 현실은 이 바닥에선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승부사에겐 선전이 아닌 승리에 대한 칭찬이 필요할 뿐이다. 이 9단은 50기에서 윤준상 7단에게 타이틀을 내준 뒤 오랜만에 결승에 올라 국수전 10회 우승을 노릴 수 있게 됐다. 소비시간 백 2시간 59분, 흑 2시간 59분. 168수 끝 백 불계승.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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