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休&宿/필리핀 팔라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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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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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하나가 리조트
나와 쉼만 남다

섬 하나가 통째로 리조트인 도스 팔마스가 투숙객을 위해 무인도 체험 섬으로 이용 중인 푸팅보항인 섬. 팜트리 우거진 고운 모래섬의 나무 그늘 아래서 점심식사를 한 뒤 비치에서 물놀이를 즐긴다. 팔라완=조성하 여행전문기자
섬 하나가 통째로 리조트인 도스 팔마스가 투숙객을 위해 무인도 체험 섬으로 이용 중인 푸팅보항인 섬. 팜트리 우거진 고운 모래섬의 나무 그늘 아래서 점심식사를 한 뒤 비치에서 물놀이를 즐긴다. 팔라완=조성하 여행전문기자
《‘도피(escape).’ 휴가를 상징하는 단어 중 이보다 낭만적인 것은 없다. 일상으로부터 ‘탈출’, 아무도 모르는 곳에 ‘은닉’. 그런 도피 개념의 은밀한 여행은 누구나 한 번쯤 꿈꿔본 모두의 로망이니까. 그런 꿈의 도피처를 나는 지구상 최다의 섬나라 필리핀, 거기서도 섬을 가장 많이 거느린 팔라완 주에서 찾아냈다. 팔라완은 무려 1780개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 속 하나의 섬 천지. 리조트 하나가 섬을 온통 차지한 ‘섬 하나 리조트’도 여기서 찾아낸 특별한 어트랙션이다. 나만의 섬에 숨어들듯 찾아가 세상을 잊고 지내는 도피 여행. 그러기에 엘니도(미니록, 라겐), 클럽 파라다이스, 도스 팔마스는 최고의 섬 하나 리조트였다. 오늘은 그중 가장 최근 찾은 아레세피 섬의 도스 팔마스 리조트를 소개한다. ‘새로운 세계 7대 불가사의’에 도전 중인 ‘지상에서 가장 긴 동굴 강’과 더불어.》

오전 8시 10분 마닐라공항. 최근 문을 연 터미널3은 시외버스터미널 분위기의 칙칙한 옛것과 완전히 달랐다. 거기서 세부퍼시픽항공의 푸에르토프린세사행 에어버스 항공기에 올랐다. 푸에르토프린세사는 길이 450km, 폭 50km의 팔라완 본섬의 술루 해에 면한 주도다.

한 시간 남짓한 비행. 그것은 필리핀이 준 하나의 선물이었다. 수많은 섬이 바다와 구름, 하늘과 어울려 빚어내는 풍경을 염두에 둔 말이다. 그게 얼마나 아름다우냐 하면 창가 좌석을 배정받지 못한 승객이 탑승료 일부를 돌려달라고 해도 될 정도다.

도착한 시간은 오전 9시 반. 팔라완의 관문이라고는 하나 공항은 소박하기 이를 데 없다. 터미널 밖에 운집한 트라이시클(오토바이 개조 삼륜차)이 인상적이다. 팜트리 우거진 마을길을 지나 찾아간 곳은 혼다 만(灣) 선착장. 나를 태운 방카(엔진 추진의 필리핀 전통목선)는 옥빛 바다를 가로질러 흰 물결을 일으키며 도피의 섬, 아레세피로 힘차게 나아갔다.

○ 팜트리 우거진 도스 팔마스 리조트
도스 팔마스의 어느 오후 풍경. 적막하리만큼 조용한 비치에서의 휴식은 탈출과 도피 개념 휴가 여행의 진수를 느끼게 한다.
도스 팔마스의 어느 오후 풍경. 적막하리만큼 조용한 비치에서의 휴식은 탈출과 도피 개념 휴가 여행의 진수를 느끼게 한다.
섬 몇 개를 지나치며 나아가기를 50분. 방카는 팜트리 우거진 아레세티 섬에 닿았다. 작은 북과 징 등을 두들기며 맞아주는 직원들의 환영 연주. 그 소리는 온통 파란 하늘과 바다 사이 팔라완의 청징한 공기를 헤치며 섬 전체로 퍼져나갔다. 도시와 일로부터 탈출과 도피가 끝나고 은밀하고 편안한 은닉과 휴식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오직 나만의 섬. 그런 리조트에 들면 왠지 더 편안해진다. 방해받지 않을 거라는 기대, 내가 섬 주인인 듯한 위대한 착각 때문일 터. 벌써 14년 전이다. 그런 기막힌 체험을 최초로 한 것이. 우연히도 그곳은 팔라완이었는데 엘니도의 미니록 리조트였다. 그 후 기회만 닿으면 나는 팔라완으로 날아가 또 다른 섬 하나 리조트를 찾아다녔다. 엘니도의 라겐 리조트와 클럽 파라다이스도 그렇게 찾아냈다. 아레세티 섬의 도스 팔마스는 내게 네 번째 도피 섬인 셈이다.

이 섬은 클럽 파라다이스에 비하면 꽤 넓은 편이다. 하지만 접근공간은 제한됐다. 온 섬을 뒤덮은 팜 트리 정글 때문이다. ‘두 그루 팜트리’를 뜻하는 ‘도스 팔마스’라는 이름도 게서 왔다. 숲 한가운데는 랜드마크처럼 장신의 팜트리 두 그루가 치솟아 있었는데 아쉽게도 한 그루가 태풍에 부러져 지금은 한 그루만 남았다.

리조트는 숲과 바다 사이 해변을 차지한다. 풀과 빌라(2층)는 해안의 맹그로브 숲을 낀 해변을 따라 늘어섰다. 해양스포츠센터 역시 해안에 있다. 메인 레스토랑은 반대로 숲 속에 자리 잡았다. 선착장에는 수상가옥 형태의 워터코티지(단층숙소) 10채가 물위에 자리 잡았다. 신혼여행객이라면 당연히 이곳에 묵으리라.

○ 도피와 은닉의 즐거움, 도스 팔마스의 무인도 여행
섬을 감싼 정적에 나른함이 더더욱 즐거운 도스 팔마스의 오후. 그 무료함을 달래줄 특별한 이벤트가 마련됐다. 무인도에서 점심식사다. 그곳은 방카로 20분 거리의 푸팅보항인 섬. 썰물이면 황금빛 사주가 드러나며 천상의 파라다이스 풍치를 자아내는 아주 작은 무인도다. 식사는 이곳 숲 그늘 아래서 든다. 그런 후에는 방카를 타고 해저에 로프로 고정시켜 둔 바지선으로 옮긴다. 수 m 아래 산호 수중의 비경을 즐기는 스노클링을 위해서다.

섬은 늘 정적에 감싸여 있다. 그래서 휴식은 극대화된다. 해질녘 산책길에 하마터면 고함을 지를 뻔했다. 썰물로 드러난 광대한 개펄 해변의 환상적인 해넘이 광경 때문이었다. 수많은 물구덩이로 인해 호수처럼 변해버린 개펄이 노을 진 저녁하늘을 반사시키며 담아낸 아레세티 섬의 아름다운 선다운 풍경. 기계로도 측정되지 않을 만큼 깊숙이 박혀있던 스트레스의 뿌리까지 한순간 송두리째 뽑혀 사라지는 통렬한 쾌감이 뇌 속 깊은 곳으로부터 느껴질 만큼 그 인상은 강렬했다.

○ 세계 7대 불가사의 등재에 도전 중인 동굴 강 투어
수면 위로 드러난 석회암 동굴 입구를 향해 관광객을 태운 투어보트가 나아가고 있다.
수면 위로 드러난 석회암 동굴 입구를 향해 관광객을 태운 투어보트가 나아가고 있다.
이것은 정확히 번역하면 ‘지하 강(Subterranean river)’으로 해안절벽에 난 높이 10m가량의 동굴을 작은 보트로 1km가량 탐험하는 특별한 여행이다. 위치는 푸에르토프린세사 북쪽으로 81km, 남중국해의 사방비치 근방인데 방카로 20분쯤 가야 한다.

보트가 동굴로 들어서는 순간 세상은 암흑천지로 바뀌었다. 그리고 전자음 비슷한 소리가 연방 귀청을 때렸다. 안내인이 랜턴으로 그 소리의 정체를 밝혀주었다. 제비였다. 동굴은 바다제비의 안식처였다. 제비는 먹이활동을 동굴 밖에서 한다. 그래서 이렇듯 분주하게 동굴 안을 오가는데 암흑천지에서 충돌 없이 안전하게 비행할 수 있는 게 바로 이 소리 덕분이란다.

이 동굴은 석회암으로 이뤄진 세인트폴 산(1028m)의 내부를 용식시킨 물의 작품이다. 산중턱에서 시작돼 8.2km나 이어진 동굴 하단이 바로 여기다. 나는 이런 지하 강을 또 하나 가보았다. 유카탄 반도(멕시코)의 휴양지 칸쿤인데 그 지하 강을 나는 스노클링으로 통과했다. 이 지하 강은 1999년 세계유산에 등재됐고 지금 한창 ‘새로운 7대 불가사의’ 후보에 올라있다. 필리핀 여행의 백미라 추천할 만한 특별한 여행이다.

○ 여행정보
◇항공로 세부퍼시픽항공을 이용하면 인천→마닐라(오전 8시 10분)→푸에르토 프린세사(오전 9시 30분)를 마닐라 스톱오버(항공기를 갈아타기 위한 경유지 숙박)로 저렴하고 편리하게 여행할 수 있다.

◇관광정보 ▽필리핀 △여행 적기: 건기에 드는 3∼6월. 바다도 잔잔하다 △화폐: 필리핀페소(PHP) 1페소는 약 300원. △홈페이지: www.7107.co.kr ▽팔라완 주 △위치: 마닐라 서남쪽 586km. 2007년 내셔널지오그래픽이 선정한 동남아 최고 섬. 북쪽은 남중국해, 남쪽은 술루 해. 주도 푸에르토프린세사는 마닐라로부터 항공기로 1시간 20분 소요. 팔라완의 벚꽃축제인 ‘발라용’은 3월 1∼4일 △도스 팔마스 리조트: 아레세피 섬 소재. 푸에르토프린세사에서 자동차로 30분 거리의 혼다 만에서 방카로 50분. 야외 풀과 자쿠지, 풀사이드와 가든레스토랑, 빌라와 워터코티지, 해양스포츠센터를 갖춘 섬 하나 리조트. 바다낚시, 스노클링, 스쿠버다이빙, 카야킹 가능. 체험다이빙(1회) 무료 제공. 5세 이하 무료 투숙. www.dospalmas.com.ph △지하 강: 공식 명칭은 ‘푸에르토프린세사 지하 강 국립공원’. 1∼5월이 여행 적기. www.puerto-undergroundriver.com ▽사방 비치=지하강 투어 출발지. 푸에르토프린세사에서 81km, 자동차로 1시간 30분 소요. 팜트리 우거진 반달형의 길고 아름다운 해변이 압권. 달루욘 비치앤드마운틴 리조트(www.daluyonresort.com)

팔라완=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 필리핀을 6만7000원에? 저가항공사 파격 할인 ▼

저가 항공사를 이용해 보지 않으신 분. 필리핀 여행 때 꼭 한 번 시도해 보시기를. 인천, 부산과 마닐라 세부를 운항 중인 세부퍼시픽항공이 저가 항공사로 운영 중이어서다. 저가 항공사의 매력은 가격 경쟁력. 항상 싸다고 할 수는 없어도 대체로 저렴한 것은 사실. 이 항공사 안병주 대리는 “20% 정도 저렴한 편”이라며 “한 달에 두 번 펼치는 시트세일(Seat Sale)을 이용하는 게 요령”이라고 말했다. 시트세일은 수시로 홈페이지와 신문광고로 알린다.

1월 본보에는 6만7000원(이하 항공료는 편도 기준)으로 4∼6월 석 달 중 필리핀을 다녀오는 시트세일 광고가 게재됐다. 이 요금은 15등급 체계 중 최고가(70만 원)의 9.6%에 불과한 수준. 저가 항공사가 홈페이지를 통해 일상적으로 판매하는 요금은 매일 변한다. 3월 초 인천∼마닐라 요금(2월 17일 현재)을 보면 가장 싼 게 2일 인천 출발(12만 원)과 8일 마닐라 출발(23만 원)편. 1월 6∼8일 시트세일의 2∼4월 항공권(16만 원)은 50% 할인가(8만 원)였는데 세금(1만8888원)을 포함한 순 탑승료가 단돈 10만8888원이었다.

저가 항공사를 이용하려면 기본상식을 갖춰야 한다. 항공권 가격이 탑승객의 선택 가능한 모든 것을 뺀 상태로 산정된다는 사실, 예약 즉시 구매, 선착순 판매가 그것. 부치는 짐(check-in luggage), 생수, 음식 등 통상의 서비스는 모두 유료다. 기내반입 짐(carry-on luggage)도 7kg 이내 한 개만 허용. 하지만 그 서비스를 모두 이용해도 저렴하다는 게 저가 항공사의 매력이다.

기내에서는 국산 컵라면도 판다. 작은 게 100페소(약 3000원), 큰 게 200페소(약 6000원)다. 산미겔(필리핀 맥주)도 100페소, 생수는 50페소에 판매.

◇세부퍼시픽항공 ▽한국 노선=인천∼마닐라, 인천∼세부 매일, 부산∼세부 주 2회(목, 일) ▽홈페이지=www.cebupacificair.com 2월 말 개편 예정 ▽항공권 구매=홈페이지 혹은 한국사무소(02-3708-8585∼90, 051-462-0686) ▽운항지=필리핀 국내 32개 도시와 아시아 14개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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