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슬프다… 이젠 내 차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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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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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상의 동갑 코미디언 구봉서씨 ‘60년지기’ 비보에 애통

2003년 4월 후배들이 마련한 ‘웃으면 복이 와요’ 헌정 공연 당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배삼룡
씨(왼쪽)와 구봉서 씨. 구 씨는 ‘개다리춤’으로 유명한 배 씨에게 “이 사람은 보신탕집 앞에서 개다리나 하나 들고 사진 찍어야
어울리는데”라고 농담을 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2003년 4월 후배들이 마련한 ‘웃으면 복이 와요’ 헌정 공연 당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배삼룡 씨(왼쪽)와 구봉서 씨. 구 씨는 ‘개다리춤’으로 유명한 배 씨에게 “이 사람은 보신탕집 앞에서 개다리나 하나 들고 사진 찍어야 어울리는데”라고 농담을 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너무 슬프다. 두 사람밖에 안 남았는데 한 사람이 갔으니 이젠 내 차례 아닌가.”

원로 코미디언 구봉서 씨(84)는 ‘60년 지기’이자 동갑내기인 배삼룡 씨 별세 소식에 안타까워했다. 병원에 입원 중인 구 씨는 23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아까운 사람을 하나 보냈다. 진작 병원에 열심히 다녔으면 괜찮았을 텐데…”라며 “형제 같은 친구였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막둥이’(구 씨)와 ‘비실이’(배 씨)로 코미디계에서 황금 콤비를 이뤘다. 구 씨는 1946년 서울 변두리의 한 극장에서 배 씨를 처음 만난 뒤 수십 년간 함께 활동했다. 군예대에서 함께 군 생활을 했고, 제대 후에는 1969년 방송계로 나란히 나섰다. 이들은 2003년 후배들의 헌정 공연인 ‘웃으면 복이 와요’에 함께 출연하기도 했다. 구 씨는 지난해 1월 자택 욕실에서 넘어져 뇌출혈로 의식을 잃은 뒤 뇌수술을 받았다. 이날 구 씨는 “지금 병원에 누워서 전화를 받고 있다”면서 힘겹게 말을 이었다.

구 씨는 지난해 여름 배 씨가 입원한 병원을 찾아갔지만 배 씨가 말 한마디도 못하는 상태여서 손만 잡아주고 왔다. 두 콤비의 마지막 만남이었다. 구 씨는 “내일 빈소에 가봐야겠다. 의사는 가지 말라고 하지만 그래도 얼굴은 보고 와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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