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 소통]엘리자베스 테일러, 그 미소의 값은 360억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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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식지 않는 워홀 서울전… 알고 가면 더 즐거운 설 연휴나들이

《“Wow, 워홀전 대단해요. 굵직굵직한 작품이 대거 출동해 정말 눈이 즐거웠답니다.” “끊임없이 도전하고 안주하지 않는 도전 정신…나와는 다른 시각을 가진 사람과 시간을 나눈 멋진 시간이었어요.” “언뜻 보기에도 이 위대한 예술가가 우리 현대인의 삶의 얼마나 많은 영역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전시를) 찬찬히 보고 나면 섬뜩하기까지 하다.” 눈 밝은 블로거들의 평이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앤디 워홀의 위대한 세계’전. 국내 최대 규모의 워홀 회고전은 어느덧 전시 중반을 넘어섰으나 관람객들의 열기는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입소문’의 힘 덕분이다.》
‘붉은색 재키’ 등 고가작 수두룩
직접 디자인한 록 앨범 재킷도

옷-가발 등 수집품 볼 수 있는
‘타임캡슐’ 섹션 관객 발길 잡아

서울시립미술관의 이수균 학예부장은 “작가의 조형적 언어를 뛰어넘어 심리적 차원까지 들여다본 자서전적 전시”라며 “워홀이 누구인지를 알고 싶어 하는 대중의 관심과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초기부터 말년까지 구상과 추상작품을 두루 망라하고, 작가의 소소한 일상까지 꼼꼼하게 챙긴 전시는 설 연휴에도 쉬지 않는다. 아는 만큼 즐거운 법. 전시의 이모저모를 문답식으로 짚어 본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비싼 작품은….

영화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사진을 소재로 한 1963년 작 ‘은색 리즈’란 작품인데 앤디워홀재단이 평가한 작품가치는 약 3000만 달러(약 360억 원)에 이른다. 워홀은 다작으로 유명하지만 ‘은색 리즈’ 시리즈는 전 세계에 석 점밖에 없어 희소성 때문에 가치가 높다. 영화배우 휴 그랜트가 2001년 약 48억 원에 구매한 ‘은색 리즈’의 경우 최근 경매에서 약 250억 원에 팔렸다는 뉴스도 나왔다. 이 밖에 ‘붉은색 재키’(약 120억 원)와 ‘세 개의 메릴린’(약 180억 원) 등 고가의 작품이 수두룩하다.

―다른 작가와 협업한 작품도 한 점 있다는데….

워홀은 낙서를 예술로 승화시킨 장미셸 바스키아와의 협업으로 160여 점을 제작했다. 이번 전시의 마지막 부분에 그중 하나인 대작을 볼 수 있다. 바스키아를 영웅적 이미지로 콜라주한 대형 작품도 같은 공간에 걸려 있다.

―록밴드 ‘벨벳 언더그라운드’와의 관계를 보여준 작업은….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세경과 지훈이 함께 들은 은은한 선율의 노래(Pale blue eyes)를 기억하는지. 1960년대 젊은이들의 우상인 ‘벨벳 언더그라운드’가 부른 노래다. 이 그룹을 발굴해 주목받게 만든 주인공이 워홀이다. 프로듀서를 맡은 그는 유명한 바나나 이미지를 담은 데뷔 앨범 커버를 디자인했다. 전시에서는 바나나 껍질 스티커 아래에 있는 빨간 바나나 이미지도 보고 ‘워홀 라이브’ 코너에서 음악도 접할 수 있다.

한편 1989년 밴드에 참여했던 루 리드와 존 케일은 워홀을 위한 진혼곡 앨범을 발표했다. 제목은 ‘드렐라를 위한 노래’. 드라큘라와 신데렐라의 합성어인 드렐라는 스승인 워홀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국내에서 쉽게 만날 수 없던 워홀 추상회화의 특징이 있다면….

‘카무플라주’ ‘군중’ 등의 추상 작품에선 ‘올 오버 페인팅(all-over painting)’의 속성을 드러낸다. 중심이나 특별히 강조하는 부분이 없는 균질한 화면, 한쪽 귀퉁이만 떼어내면 다시 아메바처럼 재생할 것처럼 보인다. 주요 구도와 배경으로 이뤄진 구조를 무너뜨린 워홀의 혁신성을 보여준다.

―죽음과 재난을 소재로 한 작품을 모은 섹션이 인상적인데….

워홀전은 사진을 바탕으로 완성한 ‘복제의 복제’란 점에서 ‘시뮬라크르’의 세계를 드러낸다. 이 중에서도 사건 사고 재난 시리즈를 모은 섹션은 지금까지 국내 어디서도 보기 힘든 압도적 공간이란 평이다. ‘빛과 그림자’ 시리즈 등 한국에 처음 소개되는 작업과 더불어 워홀이 상업예술가를 넘어 순수예술가로 인정받게 만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대표작 외에 관람객들이 흥미롭게 생각하는 섹션은….

개인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타임캡슐’ 섹션에 관심이 높다. 평소 수집광이었던 워홀의 수집품과 그가 출간한 인터뷰 잡지, 옷과 가발이 전시된 코너다. 상업디자이너로서 이름을 날린 워홀의 광고와 드로잉 작품 등도 젊은 층에 인기다.

―설 연휴 이벤트가 있나.

덤이 있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워홀전을 제외한 다른 전시를 13∼15일 무료로 개방하고 14, 15일 오후 2, 4시엔 무료 마술공연을 마련한다(02-2124-8921).

참고로 4월 4일까지 매주 토요일은 오후 9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3월 1일부터 일, 공휴일 관람시간도 오후 7시까지 연장된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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