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희망봉에 봉우리는 없다, 희망이 남았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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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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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드컵 태극전사 따라
남아공 여행

지구상에서 아시아 다음으로 크고 또 인구가 많은 대륙. 지구 표면의 6%, 지면의 20.4%를 차지하고 53개국 10억 인구가 다양한 언어로 말하는 땅. 지중해 인도양 대서양으로 둘러싸여 섬처럼 보이는 땅덩이. 창세기 아담과 이브의 에덴동산이 있다고 믿어지고 실제로 현생 인류의 탄생지(대륙 동부의 해발 1000m 초원 사바나 지대)로 인류 기원의 역사를 담은 성스러운 땅. ‘검은 대륙’ 아프리카를 일컫는 말이다.

아프리카에는 다양한 부족이 산다. 그래서 언어도 다채롭다. 유네스코 통계로 2000개가 넘는다. 아프리카 밖 사람은 지레짐작한다. 아프리카의 끊임없는 민족 분쟁이 서로 다른 언어 때문이라고. 어불성설의 억지며 견강부회다. 그 발단은 따로 있다. 서구 열강의 제국주의다. 총칼로 짓밟은 뒤 지도에 자를 대고 종이 오리듯 반듯하게 잘라 나눈 약육강식이 그 원인이다.

분쟁의 처참한 현장을 카메라로 담아 그 생생한 모습을 사진으로 전시(고양아람누리 아람미술관의 ‘아프리카’전·동아일보사 주최) 중인 세바스치앙 살가두 씨(1944년 브라질 태생 포토저널리스트)는 갈등의 원인을 이렇게 설명한다. “한 나라에 여러 부족이, 한 부족이 여러 나라에 살게 되어, 또 부족 간 갈등을 교묘히 이용한 제국주의자 때문”이라고. 사람은 물을 따라 산다. 부족은 한물을 먹는다. 그런데 아프리카에서 그 물(강)은 대개 동서로 흐른다. 그런 땅덩이를 세로로 길쭉길쭉하게 나눠 식민지로 삼았다. 그러니 한 나라에 여러 부족이 살고, 한 부족이 여러 나라로 나뉠 수밖에.

하지만 이들에게도 희망은 있다. 아파르트헤이트(흑백인종차별)의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레인보 컨트리’(무지개처럼 화합하는 나라)로 변모시킨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전 아프리카민족회의 의장)의 미래가 그것. 그런 그들이 올여름 축제를 연다. 부족도 다르고 언어도 다르며 사는 곳 역시 다른 그들이. 서로를 소통시키는 공통된 언어가 있어 그 축제는 가능하다. 그게 바로 축구다. 아프리카 대륙 53개국은 모두 축구팀을 갖고 있다. ‘컨페더레이션 오브 아프리칸 풋볼’은 그들만의 리그다.

6월 11일. 남아공의 요하네스버그에서 월드컵이 개막된다. 그리고 이튿날 아프리카 대륙 남쪽 인도양 변의 포트엘리자베스에서는 우리의 태극전사가 그리스를 맞아 예선 첫 경기를 치른다. 엿새 후(6월 18일)엔 요하네스버그에서 아프리카의 강호 나이지리아를 맞아 예선 2차전을 치른다.

요하네스버그와 포트엘리자베스를 두루 아우르는 한국 축구팀의 2010남아공 월드컵 여정. 그 일정을 따르는 길은 아프리카 대륙에서도 각광받는 남아공 투어의 황금 같은 여행코스다. 남아공 명소를 두루 여행하기에 적당하다. 포트엘리자베스에서 예선 1차전을 본 뒤 가든루트를 따라 케이프타운으로 가서 희망봉이 있는 케이프 반도를 둘러본 다음 비행기로 요하네스버그로 가서 예선 2차전을 관람하는 일정이다. 그런 일정을 기반으로 한 남아공 월드컵 태극전사 경기 관람 여행코스로 안내한다.

남아공=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 ‘청정 대륙’ 밑동 따라 800km… 지상 최고의 자동차 여행길 ▼

오전 6시 50분. 드디어 조벅(Jo'berg) 상공이다. 홍콩을 출발한 지 13시간 만이다. 조벅은 요하네스버그(Johannesberg)의 별칭. 해발 1767m 고지대에 자리 잡은 아프리카 대륙의 관문 중 하나다. 창밖으로 내려다뵈는 이 도시. 아침 햇빛을 받아 번득이는 황금빛 유리창 빌딩의 도시풍경이 찬란하다. 남아공에서 무진장 나던 금과 다이아몬드가 거래되던 도시답다.

오늘 일정은 요하네스버그로 입국, 곧바로 국내선으로 갈아타고 1400km 남쪽 남아공의 두 번째 도시인 케이프타운으로 가는 것. 거기서 2박 3일 일정으로 자동차를 몰아 포트엘리자베스까지 가든루트(Garden route)를 달릴 예정이다. 케이프타운은 남아공 최고의 관광지다. 바다(대서양과 인도양)와 섬(로빈아일랜드), 산(테이블마운틴)과 와인(스텔렌보스)에다가 아프리카 대륙의 땅 끝이라는 희망봉까지 지척이어서다. 게다가 주변 자연의 풍치도 전혀 훼손되지 않았다.

○ 아프리카 대륙의 유럽풍 항구도시 케이프타운


모셀베이의 포스트오피스 트리(우체국나무). 인도를 오가던 무역선의 선원들이 우체국처럼 이용하던 나무로 선원들이 나무 아래에
벗어둔 장화에 두루마리 편지를 넣어두던 당시 상황을 보여주는 기념물이다. 이 편지는 귀국선에 실려 본국에 전달됐다.
모셀베이의 포스트오피스 트리(우체국나무). 인도를 오가던 무역선의 선원들이 우체국처럼 이용하던 나무로 선원들이 나무 아래에 벗어둔 장화에 두루마리 편지를 넣어두던 당시 상황을 보여주는 기념물이다. 이 편지는 귀국선에 실려 본국에 전달됐다.
첫날 오후는 테이블베이의 워터프런트(항구주변) 산책 후 테이블마운틴(1085m)에 올랐다. 정상까지 곤돌라가 운행되는데 올라보니 산정은 테이블처럼 평평하다. 거기서는 주변의 풍광이 200도가량 넓게 조망된다. 산자락처럼 뻗어내려 도시를 감싸고 있는 라이언스헤드, 그 멀리 골프장의 아일랜드 그린처럼 떠있는 로벤 섬(넬슨 만델라가 27년 수형기간 중 19년 복역한 곳), 대서양 해안 쪽으로 그림처럼 들어선 아름다운 주택가, 해안을 형성한 채프먼스 피크(바위산·592m) 아래의 멋진 해안도로…. 우리가 생각해온 아프리카와는 전혀 일치하지 않아 다소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이튿날 아침 일찍 케이프반도 버스투어(하루일정·총 200km)에 올랐다. 케이프반도는 케이프타운부터 남쪽 80km 거리의 희망봉까지 이어지는데 가는 도중 멋진 곳이 많다. 하우트베이에서는 배에 올라 물개 수백 마리가 노니는 바위섬을 둘러본다. 폴스베이의 볼더스에서는 해안의 주택가 해변에 서식하는 아프리카펭귄을 본다. 그리고 희망봉을 찾아가 이곳이 한동안 아프리카 대륙 최남단이라는 오해를 받게 된 경위도 듣는다. 귀로에는 대서양 변 채프먼스피크 아래 해안도로에서 드라이브도 즐긴다.

희망봉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다. 포르투갈 항해가 바르톨로메우 디아스(1450∼1500)다. 디아스는 1488년 희망봉을 발견한 최초의 유럽인. 그런데 이 항해 중에 희망봉보다 먼저 찾은 곳이 있다. 모셀베이인데 대륙 최남단(아굴라스 곶) 동편의 인도양 해안이다. 케이프타운과 포트엘리자베스를 잇는 아름다운 자동차여행길 ‘가든루트’상에 있다.

○ 가든루트, 와이너리와 초원과 바닷길

케이프 반도를 둘러 본 다음 날 나는 차를 빌려 가든루트 여행길에 나섰다. 케이프타운(웨스턴케이프 주)에서 포트엘리자베스(이스턴케이프 주)까지 거리는 800km. 고속도로가 있다면 자동차로 하루 달릴 거리다. 하지만 이 두 곳을 잇는 국도인 N2는 대부분이 편도 1차로의 시골길이다. 그리고 주변의 이곳저곳을 쉬엄쉬엄 구경하면서 가자면 보통 2박, 혹은 3박 여정이 된다.

테이블마운틴을 뒤로 한 채 인도양의 포트엘리자베스를 향해 길게 뻗은 가든루트 자동차길. 도시를 벗어나니 와이너리로 둘러싸인 전원도시 스텔렌보스에 닿는다. 좀 더 가면 펄스베이 해안의 스트랜드. 황량한 초원과 바다의 어울림이 멋진 곳이다. 그 길로 온천마을 칼레이돈을 지나면 이번에는 장대한 우테니쿠아 산맥의 산악을 배경으로 거침없이 펼쳐진 거대한 구릉의 초원을 만난다. 봄이면 노란 야생화가 들녘을 장식하는 멋진 곳이다.

그림처럼 아름다운 시골마을을 지나다 보면 어느덧 아름다운 해안의 도시. 모셀베이다. 16, 17세기 대항해시대에 희망봉을 돌아 인도를 오가던 포르투갈과 네덜란드 무역선이 물과 식품을 보충하기 위해 들렀던 항구다. 아침 일찍 케이프타운을 출발했다면 여기서 늦은 점심을 먹기에 좋다. 해안가의 동네에는 해양박물관이 있는데 여기에 디아스가 희망봉을 발견할 당시 탔던 배와 똑같은 실물의 카라벨선(범선)이 전시돼 있다. 1988년 포르투갈 정부가 희망봉 발견 500주년을 기념해 기증한 것으로 직접 배에 올라 살필 수도 있다. 박물관 앞 우체통나무(Post office tree)도 볼거리다. 1500년 한 선원이 고향에 보낼 편지를 주전자에 넣어 나무 아래 두자 다른 배 선원이 수집해 고향에 배달해 준 뒤로 무역선 선원들의 우체통이 된 나무다.

○ 희망곶과 희망봉, 그리고 바르톨로메우 디아스


그런데 디아스의 배가 희망봉에 있지 않고 왜 이곳에 있는지 궁금하다. 사연은 이렇다. 대륙 끝을 확인하라는 왕의 명령을 받고 아프리카 서부해안을 따라 줄곧 남하하던 디아스의 선단은 심한 폭풍우에 바다를 헤맨다. 그러다가 며칠 후 뭍에 상륙하는데 방향을 살펴보니 그곳은 자신들이 항해한 대륙 서편이 아니라 정반대인 동편이었다. 그제야 그들은 자신들이 대륙 남단을 통과했음을 확인하는데 거기가 바로 여기 모셀베이다.

귀국길에 오른 디아스의 선단. 폭풍우가 몰아쳤던 곳에서 해안 절벽을 보게 된다. 이곳이 아프리카대륙 최남단이라고 생각한 그들은 ‘폭풍곶(Cape of Storm)’이라고 명명한 뒤 왕에게 보고한다. 하지만 그 이름은 곧 왕에 의해 바뀐다. ‘희망곶(Cape of Good Hope)’이라는 특별한 이름으로. 거기에는 꿈과 욕심이 담겨 있었다. 대륙 최남단에서 발견한 새 바다가 포르투갈 선단을 동방의 인도로 이끌어 막대한 부를 가져다 줄 것이라는.

그 믿음은 헛되지 않았다. 10년 후(1498년) 포르투갈의 항해가 바스쿠 다 가마(1469∼1524)가 희망곶을 돌아 인도로 가는 최초의 동방무역해로를 연다. 당시 이 뱃길의 가치는 대단했다. 오스만터키의 이슬람제국에 막힌 실크로드를 대신할 유일한 무역로여서다. 하지만 1869년 수에즈 운하가 개통되면서 희망곶 항로는 쇠퇴한다. 더불어 포트엘리자베스도 쇠락한다. 포트엘리자베스 역시 인도항로를 오가는 동방무역선이 신선한 물과 음식을 보충하기 위해 정박하는 중요 항구였다.

여기서 두 가지. 희망곶이 희망봉으로 바뀐 데는 정설이 없다. 일본인이 책에 옮기는 과정에서 잘못 번역돼 그랬다는 설이 지배적이다. 그리고 희망곶은 대륙 최남단이 아니다. 아프리카 대륙 최남단은 희망곶에서 동쪽으로 250km 거리의 아굴라스 곶이다. 대서양과 인도양의 기점 역시 거기다.

○ 인도양 해변의 나이스나와 조지


모셀베이를 떠나 동쪽으로 60km쯤 가면 해변과 산악(우테니쿠아 산맥) 사이의 높은 대지(해발 228m)에 자리 잡은 조지라는 도시에 닿는다. 이곳은 숲과 꽃으로 덮인 ‘꽃의 도시’. 그런 아름다운 조경의 극치는 도시 외곽의 팬코트 골프리조트에서 만난다. 이곳에는 링크스 코스 등 3개 코스가 있는데 하나같이 산과 호수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는 풍치코스다. 2003년 여기서 열린 프레지던트컵 대회에는 최경주도 참가했다.

그리고 여기서 해안도로를 따라 60km를 더 가면 가든루트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나이스나(Knysna)에 이른다. 나이스나는 ‘Nice, Ah?(멋지지, 안 그래?)’를 줄인 말. 인도양 해안에 절벽으로 감싸인 라군(호수처럼 잔잔한 바다)의 도시로 바다와 호수가 절벽 틈 좁은 물길로 연결돼 파도가 전혀 없다. 그래서 굴 양식이 성행하는데 그 블루 오이스터를 이곳에서 생산되는 화이트와인과 함께 맛보는 것을 나이스나를 찾는 여행객이나 주민은 최고의 낙으로 여긴다.

○ 태극전사의 첫 경기 열리는 포트엘리자베스


포트엘리자베스는 가든루트의 종착점이다. 40km나 이어진 멋진 비치는 파도타기의 명소가 된 지 오랜데 이곳의 명물인 거센 바람 덕이다. 그래서 ‘윈디시티(Windy City)’라는 별명도 얻었다. 이곳에는 월드컵을 맞아 넬슨만델라베이 스타디움도 개장했다. 6월 12일 오후 8시 반(현지 시간) 우리 대표팀이 그리스를 맞아 B조 예선 1차전을 치를 곳이다. 스타디움은 관람석을 덮는 천장의 면적이 무척 넓은 편인데 강풍의 영향을 줄이려는 시도.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가 부인에게 청혼했던 샴와리 게임 리저브(사파리공원·www.shamwari.com)도 이 근방이다.

요하네스버그=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 여행정보
◇항공로=인천∼요하네스버그는 홍콩 경유. 홍콩∼요하네스버그 11시간 반 소요. 남아프리카항공(www.flysaa.com) 02-775-4697
◇관광 ▽남아공 관광청: www.southafrica.net
▽가든루트: www.capegardenroute.co.za
▽팬코트: www.fancourt.com ▽아프리카 전문여행사: 인터아프리카(www.interafrica.co.kr) 02-775-7756

○ 여행상품
태극전사의 예선 1, 2차전 경기를 모두 관람하며 남아공의 가든루트와 케이프타운, 요하네스버그를 관광할 수 있는 ‘남아공 월드컵 패키지’(9박 10일)가 나왔다. 6월 10일 단 한 차례(인솔자 안내) 출발, 599만 원. 월드컵 특수로 인한 호텔 렌터카 항공비용이 급등(최고 3배)한 것을 감안하면 매력적인 가격이다. 경기 입장권은 별도 구매. 가격은 88∼176달러. 참가 접수는 신청순. 코스는 인천∼홍콩∼요하네스버그∼포트엘리자베스(1차전 관전)∼나이스나∼케이프타운∼케이프반도 투어∼요하네스버그(2차전 관전)∼홍콩∼인천. 아프리카 전문 인터아프리카 여행사(www.interafrica.co.kr) 02-775-7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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