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만화 ‘치우대제’를 말한다] ‘치우대제’ 김일민 화백 “거대한 스토리에 흥분…맘 잡는데 애 먹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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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9일 07시 00분


‘치우대제’ 읽고 욕심·설렘 … 온몸 전율
박하 작가와는 야구 만화 ‘빅리거’ 짝꿍
이번에도 홈런 쾅!…기대해 주세요

김일민 화백이 치우대제의 그림을 맡게 된 사연과 박하 작가와의 인연을 이야기하며 웃고 있다.
김일민 화백이 치우대제의 그림을 맡게 된 사연과 박하 작가와의 인연을 이야기하며 웃고 있다.
‘치우대제’의 그림을 맡은 김일민(52) 화백은 국내 최고의 데생 솜씨를 자랑하는 숨은 대가이다. 정교하면서도 힘이 넘치는 화풍이지만 그 안에는 김 화백만의 독특한 감성이 담겨 있다. 한 가지 더. 아무리 보자기로 꽁꽁 싸두어도 생선구이 냄새마냥 슬그머니 배어나오는 그만의 유머를 눈치 챌 수 있다면 당신의 만화적 시력을 자부해도 좋다. 김화백은 박하(54) 작가의 권유로 ‘치우대제’에 합류했다. “그림 욕심이 났죠. 엄청 부족하지만, 이번 기회가 아니면 이런 대작을 언제 또 그려볼 수 있을까 싶더라고요.”

말은 그럴 듯하지만 박하 작가에 따르면 실상은 조금 달랐던 모양이다. 박하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스토리를 딱 보더니 ‘도저히 못 하겠다’하고 도망을 가버렸어요. 겨우 잡아다 놨죠. 그래도 영 겁이 났던 모양이라. 하루는 이 친구 부인이 제게 전화를 했어요. 남편이 매일 잠도 못 자고 불안해하고 있다고. 이러다 사람 말라죽겠으니 어떻게 좀 해달라고. 그래도 어쩝니까. ‘치우대제’만한 스케일을 그려낼 만한 인물이 이 친구밖에 없는데.”

이 얘기를 들려주자 김 화백이 ‘으하하’ 웃었다.

“솔직히 치우대제 스토리를 읽고 나서 그림 욕심이 엄청 났어요. 물론 겁도 났죠. 글을 읽으면 영상이 떠오르긴 하는데 막상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마음을 안정시키는 데 상당히 힘들었죠.”

박하 작가와는 평소 친형제처럼 지낸다. 김 화백은 “실수를 많이 저질러 형에게 만날 혼났다”면서도 “형 작품은 무조건 믿을 수 있으니, 난 그림만 신경 쓰면 되니까 좋다”고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박하 작가와 호흡을 맞춰 국내 최초의 메이저리그 만화 ‘빅리거’를 그렸던 김 화백도 박 작가 못지않은 야구광이다. 박 작가가 ‘관전9단’이라면 김 화백은 직접 그라운드에서 뛰고 굴러야 성이 차는 쪽이다. “어느 정도 실력이냐”고 묻자 “맡겨만 주면 어느 포지션도 상관없다”며 웃었다.

“제가 발이 느려서 무조건 2루타성만 칩니다. 세게 치고, 천천히 걸어야죠. 흐흐흐”

작가들이 작품에 따라 문체가 달라지듯 그림 작가들도 필치가 변하기 마련이다. ‘치우대제’에서 김 화백은 ‘실제’와 ‘고증’을 바짝 염두에 두고 있다.

“제가 세워놓은 콘셉트는 ‘사실적으로 그리자’입니다. 고대사의 경우 고증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지만 가급적 실제에 근접하려고 고민하고 있지요. 스토리가 조금 진행되면 현대전으로 넘어가게 되는데 조금이라도 더 정확하게 묘사하기 위해 자료를 열심히 뒤지고 있습니다.”

김 화백은 이현세 화백과 박원빈 화백에게 그림을 배웠다. “이현세 형님에게는 끊임없이 노력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려는 자세를, 박원빈 형님으로부터는 성실함을 배웠습니다. 만화란 것이 무조건 책상 앞에 앉아 있어야 하는 작업이니까요. 항상 손을 놀려야 하지요. 꾹 참고 자리에 앉아 그리는 습관이야말로 선배들로부터 배운 최고의 덕목이었습니다.”

김 화백은 대부분의 작가들이 그렇듯 밤에 일을 한다. 총각 시절에 비하면 그래도 많이 나아진 거란다. 예전에는 낮 11시쯤 자고 새벽 2시에 일어나 그림을 그리는 전형적인 ‘올빼미형’이었지만, 결혼 후부터는 반대로 낮 11시쯤 일을 시작해 새벽 2시에 마친다. 아무리 그래도 일반 직장인과 같은 ‘9 to 6(9시 출근, 6시 퇴근)’는 여전히 언감생심이라며 또 웃는다.

김 화백이 ‘치우대제’를 반짝 반짝 빛낼 캐릭터들을 그려 보내 왔다. 1400년 만에 잠에서 깨어난 ‘대고구려의 혼’ 환치가 긴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서 있는 모습이 마냥 근사하기만 하다. 가슴이 탁 터지는, 뭔가 엄청난 작품이 나올 것만 같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사진|김종원 기자 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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