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읊을수록 깊은맛 새록새록 ‘동시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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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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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표 낭송동시 100편/박두순 엮음·김천정 그림/224쪽·1만5000원·큰나

‘두 그루 나무가 외따로/떨어져 서 있습니다/한 아이가/이 나무에서 저 나무까지/눈길을/만들며 가고 있습니다/애야, 뭐하니?/눈길을 만들어 주는 거예요/사박사박…/두 나무가 서로 만날 수 있도록요.’(이준관 ‘사박사박’)

걸으면 뽀드득 뽀드득 소리가 날 정도로 함박눈이 쏟아진 날의 풍경이다. 꼬까신 신은 아이가 눈 위를 걷는다. 엄마가 뭐하냐고 묻자, 아이는 “두 나무를 친구로 만들어 주고 있다”고 말한다. 눈보다 아이의 마음이 더 하얗고 예쁘다.

‘엄마는 아기를 낳자마자/몸 한가운데에다/표시를 해 놓았다/―너는 내 중심/평생 안 지워지는 도장을/콕 찍어 놓았다.’(백우선 ‘배꼽’)

아이는 냇물에 발을 담그고 병 조각을 줍는다. “물고기야, 이제는 걸어 다녀도 발을 다치지 않을 거야.” 그림 제공 큰나출판사
아이는 냇물에 발을 담그고 병 조각을 줍는다. “물고기야, 이제는 걸어 다녀도 발을 다치지 않을 거야.” 그림 제공 큰나출판사
아이의 배에 큰 점이 있다. 날 때부터 있었는데 지워지지 않는다. 사실은 엄마 배 속에 있을 때부터 있었던 것. 배 속에 있을 땐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는 전화’였다. 그런데 목욕탕에 갔더니 다른 아저씨들도 다 점이 있다. 아저씨들도 엄마 배 속에 있을 때 엄마랑 전화를 했던 걸까.

소천아동문학상, 동리문학상 등을 수상한 시인이 국내 시인의 동시 100편을 골라 엮었다. 윤석중 ‘소’, 윤동주 ‘귀뚜라미와 나와’, 김용택 ‘콩, 넌 죽었다’, 안도현 ‘감자 꽃’ 등이다. 저자는 낭송하기에 특히 좋은 시들을 골랐다고 설명한다. 시 낭송은 아이들의 감성과 상상력, 언어와 표현 능력을 키워준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초등학교에선 1주일에 시를 한 편씩 외우게 하고, 아일랜드에선 유아 교육 때 엄마와 아이가 함께 시를 낭송하도록 강조한다. 저자가 뽑은 낭송하기에 좋은 시에는 이해인 수녀의 시도 포함됐다.

‘고개가 아프도록/별을 올려다본 날은/꿈에도 별을 봅니다/반짝이는 별을 보면/반짝이는 기쁨이 내 마음의 하늘에도/쏟아져 내립니다…얼굴은 작게 보여도/마음은 크고 넉넉한 별/먼 데까지 많은 이를 비춰 주는/나의 하늘 친구 별/나도 별처럼/고운 마음 반짝이는 마음으로/매일을 살고 싶습니다.’(이해인 ‘별을 보며’)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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