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의 소설, 곁에 두고픈 148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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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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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화영 교수, 서울 중구 보건소에 국내소설 추천목록 제공

문학평론가 김화영 고려대 명예교수는 “쉬운 책만 찾는 것은 게으른 사람들이나 하는 선택”이라며 “가치가 있는 책은 한 번 읽어서 잘 모르더라도 매력적으로 다가오고 갖고 싶은 마음이 드는 책”이라고 말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문학평론가 김화영 고려대 명예교수는 “쉬운 책만 찾는 것은 게으른 사람들이나 하는 선택”이라며 “가치가 있는 책은 한 번 읽어서 잘 모르더라도 매력적으로 다가오고 갖고 싶은 마음이 드는 책”이라고 말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국내에서 출간되는 소설을 거의 다 읽는 문학평론가 김화영 고려대 명예교수(68). 그는 서가에 어떤 작품을 꽂아두고 시간 날 때마다 다시 꺼내 읽을까. 서울 중구 무학동 중구보건소 4층 복도에 가면 그 궁금증의 일말을 풀 수 있다. 김 교수가 추천한 소설 148권이 꽂혀 있기 때문이다. 그는 “단순히 잘 팔린 작품이 아니라 문학적 가치가 있어 두고두고 읽을 만하다”고 소개했다. 1965년 등단해 작년에 타계한 이청준의 ‘서편제’ ‘당신들의 천국’ ‘병신과 머저리’부터 2002년에 등단한 신예 작가 김애란의 ‘달려라 아비’ ‘침이 고인다’까지 망라했다. 박완서 이문열 황석영 씨의 작품도 여러 권씩 포함돼 있다.》
김 교수는 최근 발간한 평론집 ‘소설의 숲에서 길을 묻다’에서 “지난 10여 년 동안 나는 이 나라에서 발표되는 거의 모든 소설을 다 읽었다”며 “문학평론과 여러 문학상 심사 때문에 필연적으로 주요 소설은 다 읽을 수밖에 없는 삶을 살아왔다”고 말했다.

“10년간 국내 작품 모두 읽어”

그는 평소 자택으로 배달되는 소설 가운데 좋은 작품은 서가의 손에 닿기 쉬운 곳에 놓고 읽고 또 읽는다. 서울 중구보건소에 추천한 소설책은 이런 습관을 가진 그의 서가에서 ‘살아남은’ 책들인 셈이다. 김 교수는 “최인훈의 ‘광장’이나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처럼 이미 고전 대우를 받는 여러 책은 포함시키지 않았다”며 “오늘날 우리 소설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읽어볼 만한 책으로 가볍게 소개한 것”이라고 밝혔다. 박경리 조정래 등 누구나 알 만한 작가의 작품도 빠져 있다. 그는 보건소에 얽힌 책의 사연을 듣고 취재를 하게 된 기자에게 “연구를 해서 발표한 것도 아닌데 취재거리가 되느냐”며 특별나게 취급되는 것을 저어했다.

‘광장’ ‘난쏘공’ 등 고전은 제외

김 교수가 중구보건소에 소설 목록을 제공한 것은 올해 6월. 기관과 단체에 작은 문고를 만들어 주는 일을 하는 ‘참 커가는 사회’의 최명애 사장이 “생활공간 곳곳에서 문학작품을 접할 수 있도록 해보자”고 제안하자 흔쾌히 받아들였다.

김 교수는 “요즘은 동네서점이 사라지고 대형서점에 가더라도 최근 인기작 위주로만 진열돼 있어 좋은 작품을 접하기 어렵다”며 “오래 묵은 좋은 작품을 자연스럽게 접촉할 통로를 만든다는 차원에서 목록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최 사장은 “김 교수의 추천 작품 중에는 신경숙의 ‘오래 전 집을 떠날 때’처럼 절판된 책도 있어 어렵게 구했다”고 말했다. 최근 김 교수의 목록에 따라 문고 서가를 설치한 중구보건소 홍혜정 소장은 “아픈 사람들과 그들을 돌보는 직원들의 마음이 튼튼해지는 것 같다”며 고마워했다.

“어렵지만 좋은 책 읽어야”

김 교수에게 좋은 작품을 선택하는 방법을 묻자 정석의 답변이 나왔다. 그는 “읽고 난 뒤에 생각할 여지를 남기고 한 번에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나중에 다시 읽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소장하고 싶은 책이 좋은 책”이라고 말했다. 문학을 대하는 세태에 대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김 교수는 “요즘 사람들은 쉬운 책만 찾는 경향이 있는데, 어렵지만 좋은 책을 읽으려고 노력해야 한다”며 “최근 언론에는 문학작품 내용 자체보다 100만 부 판매나 선인세 같은 부차적이고 부박(浮薄)한 내용이 넘쳐난다”고 지적했다.

올해 9월 중순 서가 설치를 완료한 중구보건소는 신종 인플루엔자가 잠잠해지면 보건소를 방문하는 환자에게 서가를 공개할 계획이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김화영 교수의 현대소설 148선

△강영숙 리나 △고종석 엘리아의 제야

△권여선 분홍리본의 시절 △권지예 꽃게무덤

△김경욱 위험한 독서/장국영이 죽었다고?

△김도연 소와 함께 하는 여행법

△김미월 서울 동굴가이드

△김미진 모차르트가 살아있다면

△김승옥 내가 훔친 여름/무진기행/서울, 1964년 겨울/환상수첩

△김애란 달려라 아비/침이 고인다

△김연수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밤은 노래한다

△김영하 검은 꽃/엘리베이터에 끼인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을까/오빠가 돌아왔다/호출

△김인숙 그 여자의 자서전

△김주영 고기잡이는 갈대를 꺾지 않는다/외촌장 기행/홍어 △김주희 피터팬 죽이기

△김중혁 펭귄뉴스 △김채원 지붕밑의 바이올린

△김태용 풀밭위의 돼지 △김형경 성에

△김혜연 나는 뻐꾸기다

△김훈 남한산성/칼의 노래 △박민규 카스테라

△박완서 그 남자네 집/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그의 외롭고 쓸쓸한 밤/그해 겨울은 따뜻했네/꼴찌에게 보내는 갈채/나는 왜 작은 일에만 분개하는가/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너무도 쓸쓸한 당신/도시의 흉년/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살아있는 날의 시작/서있는 여자/아주 오래된 농담/엄마의 말뚝/오만과 몽상/저녁의 해후/저문 날의 삽화/친절한 복희씨/호미

△박현욱 동정없는 세상 △백가흠 조대리의 트렁크

△성석제 그곳에는 어처구니들이 산다/번쩍하는 황홀한 순간/인간의 힘/조동관 약전/지금 행복해/홀림/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신경숙 기차는 7시에 떠나네/딸기밭/바이올렛/엄마를 부탁해/오래전 집을 떠날 때/외딴방/풍금이 있던 자리 △심윤경 달의 제단

△오정희 바람의 넋/불꽃놀이/불의 강/문학과 지성/야회/유년의 뜰

△윤대녕 남쪽 계단을 보라/많은 별들이 한 곳으로 흘러갔다/옛날 영화를 보러갔다/은어낚시 통신/제비를 기르다/

△윤성희 감기 △윤후명 새의 말을 듣다

△은희경 새의 선물/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이기호 갈팡질팡하다 내 이럴 줄 알았지

△이동하 우렁각시는 알까?

△이만교 결혼은 미친짓이다

△이문구 관촌수필/내 몸은 너무 오래 서 있거나 걸어왔다

△이문열 그대 다시는 고향에 가지 못하리/사람의 아들/선택/시인/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젊은 날의 초상 △이승우 그곳이 어디든

△이청준 낮은데로 임하소서/눈길/당신들의 천국/매잡이/벌레 이야기/별을 보여드립니다/병신과 머저리/서편제/소문의 벽

△이현수 신기생뎐/토란 △이혜경 길위의 집/틈새

△이혜경 등 9명 서울, 어느날 소설이 되다

△전경린 검은 설탕이 녹는 동안/내 생에 단 하루뿐일 특별한 날/물의 정거장/아무 곳에도 없는 남자/염소를 모는 여자/유리로 만든 배

△전성태 국경을 넘는 일

△정미경 나의 피투성이 연인/내 아들의 연인

△정영문 목신의 어떤 오후/내 심장을 쏴라

△정이현 낭만적 사랑과 사회/달콤한 나의 도시/오늘의 거짓말

△정지아 봄빛 △정한아 달의 바다

△조경란 국자 이야기/나의 자줏빛 소파/코끼리를 찾아서/풍선을 샀어/혀

△조용호 왈릴리 고양이 나무 △천운영 바늘

△한강 채식주의자 △한수영 공허의 1/4(4분의 1)

△황석영 개밥바라기 별/객지/돼지꿈/모랫말 아이들/몰개월의 새/바리데기/삼포 가는 길/손님/오래된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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