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고마비의 가을, 역시 말도 살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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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5일 14시 25분


KRA,서울경마공원 말 체중변화 분석

자연 상태의 말과 달리 경주마는 항상 체중관리를 받는다. 서울경마공원의 조교사들이 경주마의 체중을 점검하는 마체중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사진제공|KRA
자연 상태의 말과 달리 경주마는 항상 체중관리를 받는다. 서울경마공원의 조교사들이 경주마의 체중을 점검하는 마체중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사진제공|KRA
천고마비(天高馬肥). 가을하늘이 높으니 말이 살찌는 계절이다.

그렇다면 정말 가을에는 말들이 살이 찔까?

최근 KRA 한국마사회(회장 김광원)가 서울경마공원의 말을 대상으로 분석한 자료를 보면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서울경마공원에는 현재 1420두의 경주마가 입사해있다. 이들은 평균 1달에 한 번 꼴로 경주에 출전한다. 경주에 출전하는 경주마는 ‘마체중 검사’를 한다. 이때의 체중기록을 근거로 경주마의 체중변화를 분석한 것이다.

우선 전체경주마 중 국산마와 외산마로 구분해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에 포함된 표본의 수는 국산마가 1100두, 외산마가 320두로 각각 77.5%와 22.5%를 차지했다.

1100두를 대상으로 한 국산마의 경우 일 년 중 가장 체중이 많이 나간 달은 10월. 10월 전체 경주마 평균체중이 458.0kg으로 1년 평균체중 450.4kg보다 8kg정도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다음으로 체중이 많이 나간 달은 12월로 457.7kg으로 나타났다.

외산마의 경우도 결과는 비슷하게 나타났다.

일 년 중 가장 체중이 많이 나간 달은 국산마와 마찬가지로 10월로 나타났다. 외산마의 10월 평균체중은 473.5kg으로 이는 외산마 320두 전체평균 체중인 464kg에 무려 10kg 가까이 높은 것이다.

결과만 놓고 본다면 ‘천고마비’라는 옛말이 전혀 근거 없는 것은 아니었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렇지만 전문가들의 입장은 조금 다르다.

KRA 한국마사회의 한 관계자는 “자연 상태의 말이라면 몰라도 항상 훈련을 해야 하는 경주마의 경우에는 계절적 요인에 따른 체중변화가 거의 없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주마의 경우 경주에서 전력질주를 하고 나면 많은 에너지소모로 인해 10kg 이상 체중이 감소하게 된다. 월별 미세한 체중변화는 계절적 요인 때문이라고 보기 힘들다”는 견해를 밝혔다.

또 다른 전문가 역시 “전체 경주마를 대상으로 한 이번 조사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3세 전후마필이 포함되어 있음을 감안하면 하반기 체중이 늘어난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실제로 조사에 포함된 1420두의 말 중에는 2세마와 3세마가 포함되어 성장과 함께 자연스레 체중이 증가했을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다.

같은 훈련을 해도 상대적으로 체력소모가 많은 여름을 보낸 뒤 선선한 날씨가 오면서 체력소모가 줄어들어 체중감소 추이도 적어지게 될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있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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