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절기교’ 박종훈, 열 손가락의 신기를 부려볼까

  • 입력 2009년 10월 15일 20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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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들어도 연주자에 대한 ‘연민’이 느껴지는 곡이 있으니 이름 하여 ‘초절기교 연습곡’이다. 얼마나 연주가 어려우면 그냥 ‘기교’도 아니고 앞에 ‘초절’이 다 붙었을까 싶다.

이런 끔찍한(?) 타이틀의 작품을 쓴 사람은 프란츠 리스트. 낭만주의 시대 ‘피아노의 신’으로 군림한 리스트답게 그는 1852년 피아노 연주의 기법을 극한까지 끌어올린(당연히 어렵다!) 12곡의 초절기교 연습곡을 작곡해 스승 칼 체르니에게 헌정했다.

초절기교 연습곡은 본래 1837년에 작곡한 ‘12곡의 대 연습곡’의 개정판이었다. 이 대 연습곡을 두고 피아니스트 출신 작곡가 슈만이 “이 세상에 이 곡을 연주할 수 있는 피아니스트는 10명이나 12명 정도 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 선언했다고 하니 얼마나 연주하기 어려운 곡인지는 두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무소르그스키 ‘전람회의 그림’, 베토벤 ‘첼로 소나타’·‘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 쇼팽 ‘발라드’ 전곡 연주 등 매번 신선하면서도 ‘고행’에 가까운 도전과 실험을 계속해 온 피아니스트 박종훈이 이번에는 한국 피아니스트 최초로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 전곡 연주에 나선다.

박종훈은 거장 라자르 베르만의 제자답게 화려하면서도 고도의 테크닉에 능한 연주자다. 스승 또한 리스트 스페셜리스트로 정평이 높다. 그가 녹음한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집은 클래식 마니아 사이에서 명반으로 꼽힌다.

이탈리아 산레모 클래식 국제피아노콩쿠르에서 우승(2000년)하면서 국내외 무대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박종훈은 클래식뿐만 아니라 재즈, 크로스오버를 넘나들며 무경계의 음악세계를 선보여 왔다.

지금까지 5장의 클래식 음반과 9장의 재즈·크로스오버 음반을 냈다. 지난해에는 아예 직접 클래식·재즈 전문 레이블 ‘루비스폴카’를 설립해 자신의 음반은 물론 국내외 아티스트의 음반과 공연을 기획·제작하고 있기도 하다.

4월부터는 KBS-1FM 라디오 ‘FM가정음악’ 진행을 맡고 있다.

11월 16일(월) 8시|예술의전당 콘서트홀|문의 02-780-5054

2만원-5만원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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