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726>苟有用我者면 朞月而已라도 可也이니…

  • 입력 2009년 9월 1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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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나를 등용해 주는 자가 있다면, 일년만이라 해도 어느 정도 기틀을 잡을 수 있으리니, 삼년이면 성취가 있을 것이다.

朞月三年(기월삼년)이라고 하면 성인이라야 구비할 정도의 위대한 자질과 경륜을 가리킨다. ‘논어’ ‘子路(자로)’의 이 章에서 나온 말이다. ‘사기’ ‘孔子世家(공자세가)’에 따르면 衛(위)나라 靈公(영공)이 노쇠해서 정치에 싫증을 내어 공자를 등용하지 않자, 공자가 탄식하면서 이 말을 했다고 한다. 공자가 魯(노)나라를 떠나 5, 6년 지난 60세 무렵의 일인 듯하다.

苟는 만일, 정말로라는 뜻의 가정 부사이다. 用은 登用이다. 朞月은 1년 12개월인데 朞는 期로도 적는다. 정약용은 1개월로 보았다. 而已는 ‘따름이다’로, 기간의 짧음을 말한다. 可也는 부족하나마 그 정도면 좋다는 정도의 어감을 나타낸다. 주자(주희)는 공자가 1년이면 나라의 紀綱(기강)을 세울 수 있다고 말했다고 풀이했다. 三年은 옛날에는 평가의 시간적 단위였다. ‘서경’ ‘堯典(요전)’에도 삼년마다 공적을 평가한다는 뜻의 ‘三載考績(삼재고적)’이란 말이 있다. 有成은 성취가 있다는 말이다. 바로 앞 章에서 공자가 염有(염유)에게 한 말에 비추어 보면, 백성을 부유하게 하고 교육하는 일을 행해서 성과를 이룬다는 뜻으로 보면 좋다.

역사를 보면 朞月三年의 경륜을 지니고도 등용되지 못한 예가 허다하다. 북송의 철종 초에 程顥(정호)는 宗正寺(종정시) 丞(승)으로 부름을 받아 가다가 죽었다. 그 뒤 司馬光(사마광)과 呂公著(여공저)도 잇달아 죽었다. 조선 중기의 학자 申欽(신흠)은 ‘宋史(송사)’를 읽다가 이 대목에서 탄식하고 말았다. 경륜의 인물이 정치를 맡아 서민을 부유하게 하고 또 기품 있는 삶을 살게 만드는 정책을 펴는 일은 아무래도 時運(시운)에 속하나 보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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