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동생이 나는 법 먼저 알게되면 어떡하지?

  • 입력 2009년 8월 22일 02시 58분


◇날개가 돋는다면/우리 오를레브 지음·박미섭 옮김·정지윤 그림/84쪽·8000원·웅진주니어

“닭 날개를 많이 먹으면 날개가 돋아나서 하늘을 날 수 있단다.” 아빠의 귀띔에 쌍둥이 요압 요엘 형제는 귀가 번쩍 뜨였다. 닭 날개를 먹을 기회는 많다. 다른 아이들처럼 걷거나 버스를 타지 않고 훨훨 날아서 유치원에 갈 수 있게 될 거다.

그런데 요압에게 걱정이 생겼다. “만일 요엘에게 날개가 먼저 돋아나서, 나는 법을 먼저 알게 되면 어떻게 하지?”

어떤 어린이 책은 아이들의 마음이 감당하기 힘든 갈등이나 비극을 담아낸다. 엄마가 돌아가시거나, 부모가 이혼하거나, 전쟁이 일어난다. 반면 어떤 책에서는 아무런 갈등도 빚어지지 않는다. 사람들은 흔한 질투도, 욕심도 없는 ‘천사’처럼 행동한다. 둘 다 현실 대부분에서 일어나는 일과는 관계가 멀다.

이 책에 실린 다섯 편 이야기 속의 갈등과 위기는 어린이들이 자라면서 흔히 마주칠 수 있는 일들이다. 아이는 고양이를 기르고 싶어 하지만 엄마는 강아지를 좋아한다. 쌍둥이들은 항상 사이좋게 지낼 거라고 사람들은 상상하지만 묘한 경쟁심을 피할 수는 없다. 아이들을 돌보는 엄마도 사회에 나가 ‘자아실현’을 하고픈 욕망은 있게 마련이다.

이런 사소한 갈등을 해결하는, 그만큼이나 잔잔한 ‘뒤집기’들이 이 책의 묘미를 이룬다. 아빠는 유모를 고용했다고 말하지만 아빠 스스로 유모가 됐다는 걸 엄마는 모른다. 아빠는 ‘날개 돋기’에 대한 진실을 마침내 알려주지만 새로운 경쟁거리를 만들어주길 잊지 않는다. 경쟁이 아이들에게 해로운 일은 아니니까. 그리고…. 고양이와 강아지가 함께 자랄 수 없는 일은 아니지 않는가? 어미가 된 고양이가 새끼 강아지를 돌볼 수 있다면?

잔잔한 웃음을 머금게 만드는 이야기들이지만 작가의 성장 과정은 그가 지은 이야기들처럼 잔잔하지 않다. 유대인인 그의 어머니는 독일군에게 살해됐고, 그는 동생과 함께 강제수용소로 이송돼 간신히 살아남았다. 유년기의 힘겨운 체험이 오히려 그에게 왜곡되지 않은,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각을 갖도록 했는지 모른다. 저자는 1996년 국제안데르센상을 수상했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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