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인생의 퍼즐 한 조각을 잃어버렸다면…

  • 입력 2009년 8월 22일 02시 58분


◇퍼즐/권지예 지음/276쪽·1만1000원·민음사

“한 조각이라도 달아난 퍼즐 판은 더 의미가 없다. 폐기 처분되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생은, 생의 에너지는, 결핍을 채우려는 불완전한 욕구로 허덕일 뿐이다.”

여자의 삶은 몇 조각이 사라진 퍼즐처럼 불완전하다. 재혼한 남편과 시어머니는 아들을 낳지 못하는 여자에게 냉담하고, 전처의 딸은 신경질적이다. 가장 큰 조각은 몇 차례에 걸친 낙태. 마침내 얻은 아이마저 반년 만에 유산한다. 여자는 집 마당의 우물에 스스로 몸을 던짐으로써 ‘폐기처분되어야 마땅한’ 퍼즐 판의 마지막 조각을 맞춘다.

작가는 사랑하는 이와의 이별(‘BED’), 유부남과의 사랑(‘네비야, 청산가자’) 등 소설 속에 끊임없는 욕망과 그로 인한 결핍에 고통받는 여자들을 등장시킨다. 고통을 끝내는 방법은 대부분 죽음이지만, 다른 방식의 결말도 존재한다. ‘바람의 말’에서는 젊은 남자랑 집을 나갔던 엄마와 역시 남편을 두고 다른 남자를 사랑한 딸이 함께 히말라야에 오른다. 시체를 독수리에게 던져주는 조장(鳥葬)을 지켜보며 죽음을 체험한 딸은 살을 깎아내는 듯한 바람을 맞으며 마침내 지난 시간을 바람 속에 흩어 보낸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