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없이 달려온 12년 음악생활, 여행이라는 ‘쉼표’가 필요했죠”

  • 입력 2009년 7월 14일 02시 56분


가수 김민규 ‘남미여행기’ 발간

그룹 ‘델리스파이스’의 멤버이자 ‘스위트피’로 솔로 활동을 하고 있는 김민규는 지금까지 정규 앨범을 9장 냈다. 첫 앨범을 1997년에 냈으니 약 1년 4개월마다 한 장씩 발표한 셈이다.

이렇게 12년간 쉼 없이 달려오다 보니 어느 날 그는 ‘지쳤다.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같은 스타일의 음악을 반복할 바에야 그만두는 게 낫지 않나’는 자괴감도 들었다. 그래서 택한 것이 남미 여행이었다. ‘한국과 멀리 떨어진 곳으로 떠나자’는 생각에 2006년 겨울 남미로 떠나 두 달을 보냈다. 지난해 겨울에도 두 달간 남미를 여행했다.

그는 일상에서 벗어나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브라질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찍은 사진과 글을 모아 최근 여행기 ‘엘핀 델 문도’(사진)를 냈다. 엘핀 델 문도는 스페인어로 ‘세상의 끝’이라는 뜻이다. 가수로서는 어느 정도 인기를 쌓았지만 작가로서 첫 도전인 탓에 그는 “책이 나오기 전날 잠을 많이 설쳤다. 이렇게 설친 것은 델리스파이스 1집이 나오기 전날 이후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 책은 여느 여행기와는 조금 다르다. 구체적인 여행 일정은 나와 있지 않고 475장의 사진과 짧은 단상들만 곳곳에 적혀 있다.

김민규는 여행기 발간과 동시에 같은 제목의 디지털 싱글도 발표했다. 음반에는 ‘시크릿(secret)’과 ‘유 빌롱 투 미(you belong to me)’ 등 두 곡을 담았다. 두 곡은 각각 드라마 ‘식객’의 삽입곡인 ‘비밀’과 밥 딜런의 노래가 원곡이다. ‘비밀’은 원래 김민규가 작곡했고 노래는 다른 가수가 불렀지만, 이번에는 그가 직접 노래했다. 그는 “여행기를 보면서 같이 들으면 어울릴 만한 노래들을 골라 녹음했다”고 말했다.

그는 남미 여행에서 얻은 수확이 ‘느긋함’이라고 했다. 예전에는 앨범을 빨리 내기 위해 서둘렀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여유를 부리게 됐다고 한다. 그래서 당초 이번 여행기 발간과 함께 내려고 했던 정규앨범을 디지털 싱글로 대체했고, 정규 앨범은 내년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가수와 작가를 병행하고 있는 그는 “노래를 쓰는 것과 책을 쓰는 것은 비슷하다”고 말했다. 노래가 ‘가사와 멜로디’로 감정을 전하듯 책은 ‘글과 사진’으로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는 것이다. 그는 “나의 책을 읽는 독자들이 나의 음악을 들을 때와 같이 과거에 대한 아련함과 애수가 섞인 감정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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