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682>以吾一日長乎爾나 毋吾以也하라…

  • 입력 2009년 6월 25일 02시 55분


‘논어’ 가운데 가장 정채 있는 부분이 ‘先進(선진)’편의 이 章이다. 무대 위의 연극을 보듯 공자와 제자의 대화가 생동적이다. 방식과 내용이 현대 교육과 철학에 대해 많은 시사를 한다. 子路(자로) 曾晳(증석) 염有(염유) 公西華(공서화) 등 네 제자가 공자를 모시고 있을 때의 이야기다. 그 가운데 공자가 화두를 제시한 첫 부분만 옮겨 보았다.

以는 이유를 나타낸다. 吾는 공자가 자신을 가리킨 일인칭이다. 一日長乎爾는 하루라도 너희보다 나이가 많다는 말로 겸손한 표현이다. 乎는 비교의 기능을 하고, 爾는 너희라는 뜻의 2인칭이다. 毋吾以也는 내가 나이가 많다는 이유 때문에 대답하기 어려워하지 말라는 말이다. 毋는 금지의 뜻을 나타낸다. 吾以는 以吾를 도치시킨 표현이다. 居는 ‘평소’다. 不吾知也는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는 뜻이다. 짧은 부정문에서 지시대명사가 동사의 목적어이면 그 대명사는 동사의 앞으로 나올 수 있다. 如는 ‘만일 ∼이라면’의 뜻을 나타낸다. 或知爾의 或은 ‘혹자’로나 ‘혹은’으로 풀이한다. 何以哉는 ‘어떻게 하겠느냐’라는 뜻이다. 以의 아래에 동사 爲(위)가 생략되어 있다고 보면 좋다.

구어를 옮긴 듯해서 한문어법은 어렵지만 글의 뜻은 쉽다. 제자들은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이 없어서 뜻에 맞는 일을 할 수 없다고 불평을 했다. 공자는 초조한 심정을 잘 알았기에 스스럼없이 抱負(포부)를 말해보라고 권했다. “내가 너희보다 하루라도 나이가 많다고 해서 어려워 말라.” 이 말이야말로 啓發(계발)을 중시한 참 스승의 언어라고 생각된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