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눈엔 보입니다

  • 입력 2009년 6월 13일 02시 58분


육아중 느낀 불편을 사업 아이템으로… 美 ‘맘프러너’ 맹활약

자꾸 상표 만지는 모습 보고 ‘테기스’ 만들어 年25억 대박
목 흔들림 막는 카시트 쿠션 - 이유식 식히는 접시도 인기

“뜨겁게 끓인 이유식을 아기가 먹기 좋은 온도로 빨리 식힐 수는 없을까.”

“우리 아이 어떻게 하면 기저귀를 떼고 소변을 제대로 보게 할 수 있을까.”

유아를 키우는 엄마라면 ‘왜 기업에서는 이런 제품을 만들어 주지 않을까’ 하며 한번쯤 아쉬운 마음이 든 적이 있을 것이다. 참다못한 엄마들이 직접 제품 개발에 뛰어들었다. 육아 경험에서 우러나온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아예 신제품을 개발한 일명 ‘맘프러너(mompreneur)’들. 엄마(Mom)와 기업가(entrepreneur)의 합성어다.

미국에서 맘프러너는 인터넷이 활성화된 2000년대 초반부터 주목받기 시작했다. 여성 창업 지원단체인 미국 ‘레이디스 후 론치’의 통계에 따르면 회원 2만5000명 중 40%가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다.

이들이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분야가 바로 유아용품이다. 1999년 줄리 딕스 씨는 아들이 장난감 자체보다 장난감에 달린 천 상표를 더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아이를 위해 ‘상표 담요’를 만들어 주었다. 네 면에 5cm 정도의 간격으로 여러 종류의 예쁜 천을 상표처럼 촘촘히 달아놓았는데 딕스 씨의 담요와 장난감을 본 동네 엄마들의 호응이 폭발적으로 뜨거웠던 것. 전업주부였던 딕스 씨가 창업한 ‘테기스’라는 이름의 이 상품은 매년 200만 달러(약 25억 원)의 매출을 올려 4월에는 최고 유아용품에 주는 ‘오펜하임 상’을 받기도 했다.

‘맥 앤드 쿨’은 데니스 마셜 씨가 이유식 온도 때문에 투정을 부리는 아이들에 착안해 개발한 상품이다. 엄마들이 보통 이유식을 한 번 만들면 하루 이틀 나눠 먹이는데, 끼니마다 위생을 위해 뜨겁게 끓이게 된다. 먹기 적절한 온도로 식히는 동안 아이들은 배고픔을 참지 못해 투정을 부리기 일쑤. 안절부절못하던 마셜 씨가 개발한 것이 얼음팩이 내장된 ‘급속감열접시’. 유아용품 평가 사이트 ‘원스텝 어헤드’는 이 접시를 ‘음식이 뜨겁다고 성화를 부리는 아이들 때문에 지친 엄마들에게 추천한다’고 평가했다.

나민 파피아 씨는 기저귀를 떼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훈련 인형인 ‘포티 스카티’를 개발했다. 소변을 보는 듯 물이 나오는 인형을 보면서 아이가 자연스럽게 소변 가리는 훈련을 하게 된다. 이 밖에 카시트 보조쿠션인 ‘토들러 코들러’는 카시트에서 졸 때 양쪽에 빈 공간을 쿠션으로 채워줘 아이가 편안하게 잠잘 수 있도록 한 제품이다. 폭스 비즈니스TV는 “모성애(motherhood)가 맘프러너의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설명했다.

2001년 아기 교육용 비디오를 월트디즈니사에 수백만 달러를 받고 팔아 재벌이 된 줄리 아이너 클라크 씨는 “나는 매우 특별하게 운이 좋았던 경우다”고 하면서도 “꼭 사업을 시작하겠다는 마음을 품었다면 ‘전업주부가 뭘 하겠느냐’며 부정적인 말을 늘어놓는 사람들보다 당신 아이디어를 밀어주는 사람들을 믿으라”고 조언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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