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을 확 바꾸세요, 경제가 살아납니다”

  • 입력 2009년 5월 23일 02시 59분


21일 한국을 찾은 데이비드 플레밍 영국 리버풀국립박물관장. 그는 “어른 어린이, 남녀 할 것 없이 다양한 계층의 관람객이 박물관 전시 작품에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21일 한국을 찾은 데이비드 플레밍 영국 리버풀국립박물관장. 그는 “어른 어린이, 남녀 할 것 없이 다양한 계층의 관람객이 박물관 전시 작품에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플레밍 리버풀국립박물관장
“20세기 가난한 도시 리버풀
박물관 덕에 유럽문화수도로
관람객 몰리며 경제도 활기”

“박물관은 도시 이미지를 바꾸고 경제를 발전시키는 힘입니다.”

20세기 가난한 도시로 인식됐던 영국 리버풀은 고고박물관, 아트갤러리, 자연사박물관, 도시박물관, 세계역사박물관 등 8개 박물관과 미술관이 함께 모인 ‘뮤지엄 콤플렉스’ 형태의 리버풀국립박물관 덕분에 2008년 유럽문화수도로 선정되는 등 문화도시로 변모했다.

리버풀국립박물관의 데이비드 플레밍 관장(56)이 한국 박물관 100주년을 맞아 ‘뮤지엄 콤플렉스 조성’을 주제로 22일 열린 한국박물관 국제학술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그는 학술대회에서 ‘영국 박물관 미래의 방향’을 주제로 발표했다. 플레밍 관장을 21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한 음식점에서 만났다.

국립중앙박물관이 대만의 국립고궁박물원과 함께 아시아에서 높은 수준의 박물관이라고 말한 그는 “현대의 관람객들은 박물관에서 특정한 한두 분야의 전시만 원하지 않고, 박물관도 특정 계층의 관람객에게만 호소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남녀노소 관람객을 만족시킬 다양한 전시 방법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리버풀국립박물관은 1986년 뮤지엄 콤플렉스 형태의 국립박물관으로 바뀐 뒤 고대 로마와 바이킹, 현대 리버풀의 생활문화, 자연과학, 미술을 다채롭게 보여주면서 관람객이 크게 늘어났습니다.”

리버풀국립박물관은 플레밍 관장이 취임한 2001년 71만 명이던 관람객 수가 2007년에는 274만 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현재 리버풀은 영국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박물관을 찾는 도시다. 박물관 관람객이 늘어나면서 도심 곳곳에 쇼핑몰과 호텔이 생겨 일자리도 늘어났다. 플레밍 관장에 따르면 리버풀국립박물관이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연간 6500만 파운드(약 1285억 원)에 이른다.

플레밍 관장은 한국이 뮤지엄 콤플렉스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여러 박물관과 미술관이 모이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박물관은 단순한 전시 공간이 아니라 지식의 전파자다.

그는 “박물관에 헨리 8세 초상화를 전시하며 헨리 8세의 옷을 입어보는 체험 프로그램을 도입했더니 관람객의 호응이 좋았다”며 “관람객이 박물관에서 무언가 배우고 돌아가기를 원한다면 전시 작품과 친해질 수 있는 다양한 교육, 체험 아이디어를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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