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무사 터 미술관’ 지지부진… 왜?

  • 입력 2009년 5월 21일 02시 56분


문화부, 국군서울병원 이전요구에

경호처 “응급상황 대비해야” 거부

서울 종로구 소격동 옛 국군기무사령부 용지에 ‘현대미술관 서울관’을 짓기로 한 정부의 계획이 대통령 경호처의 반대에 부닥쳐 공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미술관이 들어설 옛 기무사 용지는 2만7402m²로 이곳엔 경성의학전문학교 외래진찰소로 쓰인 지상 3층, 지하 1층의 본관 건물과 강당 등 건물 10채와 테니스장이 있다. 지난해 11월 기무사가 경기 과천으로 이사해 현재는 건물 10채 가운데 8채가 비어 있으나 국군서울지구병원이 여전히 2채를 사용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병원까지 모두 미술관으로 사용하기 위해 경호처에 병원 이전을 요구하고 있지만 경호처는 응급상황 등의 이유를 들어 반대하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20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경호처는 ‘국군서울지구병원이 청와대와 거리가 가까워 대통령과 그 가족들의 응급상황에 대처하기 용이하다’며 이전에 반대하고 있다”면서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가 총에 맞아 실려 갔던 역사적 장소라는 점에서도 병원을 유지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문화부 관계자는 “평소 국군서울지구병원은 청와대 직원들만 사용하고 있을 뿐”이라며 “서울대병원 등 큰 민간 병원들이 가까이 있기 때문에 국군병원을 유지하지 않아도 되고 역사적 의미가 있는 장소는 미술관으로 활용하더라도 보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8월 ‘국가 얼굴 국가 상징거리 조성안’을 발표하면서 기무사 용지를 문화복합시설로 활용하기로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올 1월 기무사 용지 강당에서 열린 문화예술인 신년 인사회에서 이 용지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을 조성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병원도 함께 활용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문화부는 2012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경호처가 계속 반대할 경우 완공 시점은 다소 늦춰질 수도 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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