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읽는 책을 보면 사는 곳을 알 수 있다

  • 입력 2009년 5월 12일 12시 12분


종로구는 경영서, 용산구는 영어책, 강남구는 재테크북…

서울 강남구에서는 재테크책을, 노원구에서는 어린이책을, 영등포구와 종로구에서는 경영서를 팔아야 한다? 주간동아 686호(5월19일자) 커버스토리 '책, 싫어도 읽어라!'를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소비의 동물'인 현대인의 삶은 소비 패턴을 통해 나타난다. 그러나 먹고 쓰고 입는 게 대부분인 신용카드 내역만으로 한 사람의 최근 관심사와 지적 욕구까지 꿰뚫어보는 것은 쉽지 않을 터. 겉으로는 보이지 않은 머릿속 관심사를 '무릎팍 도사'처럼 꿰뚫어볼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그 사람이 구입한 책 리스트를 엿보는 것이다.

인터넷서점 인터파크도서가 4월23일 세계 책의 날을 맞아 서울시 각 구별로 베스트셀러 1∼20위 도서를 집계한 '도서구입 실태'를 들여다보면 25개 각 자치구별로 의미 있는 소비 패턴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책= 관심사'라는 공식에 대입하면 특정 지역에 살거나 일하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관심사를 발견할 수 있다는 뜻도 된다.

'주간동아'에 따르면 먼저 지난 1년(2008년4월16일∼2009년4월15일)간 이 사이트를 통해 판매된 책 2400만 권을 분석해 본 결과 서울이 전국 시도별 판매 수량 1위(30.9%)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내에서도 강남구(10.4%), 서초구(7.2%), 노원구 (6.4%), 송파구 (5.8%)의 구매량이 많았다.

그러나 1인당 평균 구입 건수는 양천구(8.43권), 노원구 (8.36권), 성북구, 도봉구(7.57권), 서초구(7.56권) 순이었다. 양천구, 노원구 등에서는 세트 판매 비중이 높은 유아, 아동 서적의 판매 비율이 높아 1인당 구입 건수 또한 높게 집계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강남구에서는 베스트셀러 1, 2위를 재테크책인 '돈 걱정 없는 노후 30년 재테크이야기' '돈 걱정 없는 노후 30년'이 차지했다. '돈 걱정 없는 노후 30년 재테크이야기'는 서초구(10위), 송파구(9위), 중구(2위) 등 상대적으로 중장년층 비중이 높고 재테크에 관심이 높은 지역에서 상위권에 랭크된 것으로 집계됐다.

한편 영등포구와 종로구에서는 경제경영서의 '활약'이 눈부셨다. 영등포구에서 지난 1년간 가장 많이 팔린 책은 경제경영서인 '빅씽크전략'. 영등포구의 베스트셀러 20위 목록에는 '위기의 CEO'(3위), '마지막 강의'(10위), '꿀벌은 꽃에 상처를 주지 않는다'(11위), '일본전산이야기'(16위) 등이 포함돼 있다.

종로구에서도 '디테일의 힘'(2위), 3위 '깨진 유리창 법칙' (3위) 등 경제경영서가 최상위권에 들었다. 이번 조사에서 실제 독자를 보다 효율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배송지 기준으로 집계했다는 점으로 미루어 여의도 증권가, 광화문 오피스 타운 등 화이트칼라 계층에 책 소비가 집중된 것으로 분석됐다.

노원구의 베스트셀러 목록에는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8위), '마법천자문16-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정!'(12위) '마법의 설탕 두 조각'(13위) 등 유아, 어린이 책이 8권이나 포진해 있어 이례적이다. 전국의 베스트셀러 20위권 안에 든 유아, 어린이 책은 3권 뿐이었다.

마포구에서는 '열등감을 희망으로 바꾼 오바마 이야기'(2위), '아발론의 이기는 영어'(3위), '아버지도 천재는 아니었다'(4위) 등 청소년 책들이 최상위권에 집중되는 이례적인 현상이 목격됐다. 청소년 책으로 분류된 도서는 전국 베스트셀러 20위권 안에 1권도 들지 못했다.

한편 용산구의 베스트셀러 1, 2위는 '영시강 토익 Basic Reading' '영시강 토익 Basic Listening'으로 주로 소설 또는 자기계발서가 최상위권을 차지하는 다른 구들과 큰 차이를 보였다. 이 두 책은 서대문구에서도 각각 13, 12위를 차지했다. 서대문구에서도 영어 학습서들이 베스트 20위권 안에 대거 포진됐다.

은평구의 베스트셀러 1, 2, 3위는 '백악관을 기도실로 만든 대통령 링컨' '행복의 문을 여는 열쇠, 평생감사', '성경이 만든 사람-백화점 왕 워너메이커'로 모두 기독교 관련 종교서적이었다. 종교서적은 전국, 서울지역 베스트셀러에도 들어 있지 않은 만큼 이는 매우 독특한 결과다.

성북구의 베스트셀러 1∼4위 가운데는 전국 베스트 30위권에 들어 있는 책이 한 권도 없다는 점이 돋보였다. '아내가 결혼했다'가 1위를 차지한 가운데 '세상에 없는 트렌드를 만드는 사람들' '10번 교향곡' '상상오디세이'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그렇다면 종로구에서는 경영서가, 노원구에서는 어린이 책이, 은평구에서는 종교 책이 많이 팔리는 이유는 뭘까. '주간동아'는 인터파크도서 마케팅팀 20명의 북마스터들과 함께 전국 평균과 크게 다른 결과를 보인 '특별한 구'들을 집중 분석했다.

다음은 주간동아 커버스토리 '책, 싫어도 읽어라!'의 주요 기사들.

●비주얼 시대에 왜 텍스트인가
●인생은 마라톤, 결국은 책벌레가 성공한다
●독서가 뇌세포 회로를 새로 만든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반드시 읽어야 할 책들
●우리 가족은 도서관으로 '문화소풍' 간다
●남산도서관·정독도서관, 7080의 추억
●책 읽는 맛 더하는 현대판 문방사우들
●선진국에서 베우는 책 읽기 국력강화 프로젝트
●'독서광' 김해시장, 도시 문화를 바꾸다
●종로 경영서, 용산 영어책, 강남 재테크북…서울 독서지도

*자세한 내용은 주간동아 686호(5월19일자)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김현진 주간동아 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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