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디로 중독시켜 고객 잡는다

  • 입력 2009년 5월 6일 02시 58분


멜로디와 가사를 반복하는 ‘후크 송’ 형식의 광고가 최근 쏟아지고 있다. ‘고고고 송’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처음처럼’ CF(왼쪽)와 읊조리듯 반복하는 CF 송으로 인기를 끄는 ‘SK브로드밴드’의 CF가 대표적이다. 사진 제공 SK마케팅앤컴퍼니·대홍기획
멜로디와 가사를 반복하는 ‘후크 송’ 형식의 광고가 최근 쏟아지고 있다. ‘고고고 송’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처음처럼’ CF(왼쪽)와 읊조리듯 반복하는 CF 송으로 인기를 끄는 ‘SK브로드밴드’의 CF가 대표적이다. 사진 제공 SK마케팅앤컴퍼니·대홍기획
특정한 리듬 반복

‘후크 송’ CF 바람

최근 가요계에 유행하는 ‘후크 송(Hook Song)’이 CF에서도 바람을 타고 있다. 광고업계에서는 후크 송을 빗대 ‘후크 애드(Hook Ad)’라는 신조어를 만들기도 했다. 지난해부터 가요계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후크 송은 귀에 익은 특정한 리듬이나 후렴구가 반복되는 노래다. 듣는 사람이 흥얼거리며 따라 부르도록 하는 묘한 ‘중독성’이 있다. ‘소녀시대’의 ‘지(Gee)’나 ‘슈퍼주니어’의 ‘쏘리쏘리’, 손담비의 ‘미쳤어’ ‘토요일 밤에’ 등이 대표적이다.

○ CF에도 ‘후크 송’ 바람

광고계도 이런 트렌드를 놓치지 않았다. 소비자들에게 알려진 멜로디에 가사를 입히거나, 특정한 멜로디를 반복해 자연스럽게 ‘세뇌’를 유도하는 광고가 나오고 있다. 1일 처음 전파를 탄 SK브로드밴드 광고는 읊조리듯 반복하는 CF 송을 배경으로 삼았다. 지난해 “약간의 TV, 약간의 인터넷, 전화 약간 합치면 못 보던 세상…”이라는 노래로 인기를 얻었던 밴드 ‘W&웨일’이 같은 멜로디에 가사를 바꿔 노래했다. 이번에는 “우린 인터넷으로 세상 바꾸지…줄넘기하지, 재주도 넘지…이제 바꾸자, 놀아보자, 빠지자…”처럼 ‘…지’나 ‘…자’의 각운을 넣었다. SK그룹 계열사인 SK마케팅앤컴퍼니가 제작했다.

대홍기획이 제작한 롯데주류의 ‘처음처럼’ CF도 비슷하다. 이효리가 9가지 스타일로 등장해 ‘고고고 송’을 부른다. ‘고고고 송’은 1970년대 팝송 ‘Saturday Night’에 가사를 붙인 것이다. ‘빅뱅’과 ‘2NE1’이 등장하는 LG전자의 ‘사이언 롤리팝’의 CF 송도 후크 송 콘셉트다.

○ 후크 송의 ‘원조’는 CF?

지난달 5일부터 선보인 한국야쿠르트의 ‘오 유(O'yu)’ 광고는 가수 예민의 ‘아에이오우’를 개사한 CF 송을 도입했다. 드라마 ‘엄마가 뿔났다’의 타이틀곡인 ‘그대를 사랑합니다’를 ‘건강을 생각합니다’로 개사한 녹십자생명보험의 CF나 피겨스타 김연아가 등장해 ‘씽씽 송’을 반복해 부르는 삼성전자 ‘하우젠’ CF도 비슷한 맥락이다.

사실 후크 송에서 나타나는 반복은 특정 제품이나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목적인 CF에서 오랫동안 이어진 관행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최근 유행하는 후크 송의 원조가 CF라는 의견도 있다. 해태제과의 ‘브라보 콘’이나 오비맥주의 ‘랄랄라 송’ 등 오래전부터 반복을 콘셉트로 한 CF송이 있었다. 최근 후크 송 바람을 타고 유행이 되살아난 셈이다.

하지만 지나친 반복은 자칫 소비자들이 지루해할 수도 있다. 이런 점을 어떻게 피하느냐가 광고 제작자들의 숙제다. SK브로드밴드 광고를 기획한 한상현 SK마케팅앤컴퍼니 CP 5팀장은 “광고의 배경 음악이 가진 ‘후킹 효과’는 음악을 듣기만 해도 광고의 이미지와 브랜드가 저절로 떠오르는 효과가 있다”며 “그러나 반복적인 멜로디가 자칫 식상할 수도 있으므로 적정한 선을 지켜주는 ‘균형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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