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고전소설 행간을 다시 곱씹어보는 재미

  • 입력 2009년 4월 4일 02시 55분


◇ 옛 소설에 빠지다/조혜란 지음/352쪽·1만3500원·마음산책

조선시대 소설가 남영로(1810?∼1858)의 ‘옥루몽’(1840년경). 양창곡이란 이름의 주인공이 여러 처첩을 얻어 화목하게 산다는 줄거리의 한문소설이다. 저자는 “예전 고등학교 참고서에 옥루몽이 ‘구운몽의 아류’라는 설명을 달아놓았는데, 옥루몽을 직접 읽어본 뒤 한 줄도 안 되는 그 표현이 작품에 대한 사형선고나 다름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한다.

옥루몽은 17세기 작품 ‘구운몽’과 비슷해 보이지만 서사적 재미가 뛰어나고 풍부한 사건이 흥미진진하게 전개돼 구운몽과 또 다른 문학적 성취를 이룬 작품이라는 설명이다.

이화여대 한국문화연구원 학술교수인 저자는 김시습의 ‘이생규장전’, 박지원의 ‘호질’ 등 고전소설 13편을 사랑, 전쟁, 양반 남성의 판타지, 비수처럼 꽂히는 통찰의 네 가지 주제로 나눠 조명한다.

고전소설을 요약본, 해설이 담긴 ‘천천히 읽기’, 소설 속 한 장면의 원문과 해석을 실은 ‘깊이 보기’, 해당 작품과 함께 읽으면 좋을 작품들을 소개한 ‘넓게 읽기’를 연달아 담았다.

조선 후기 문신 임방(1640∼1724)의 ‘천예록’(天倪錄·민간에 떠도는 기이한 이야기를 모은 책)에 실린 ‘소설(掃雪)’은 남자 주인공이 과거 공부도 집어치우고 여자 주인공 집의 하인으로 변장해 눈을 쓸면서 재회하는 등 격정적 사랑을 담았다는 점에서 사랑을 다룬 다른 고전소설과 차별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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