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청소년기 성장통의 진통제 ‘친구’

  • 입력 2009년 3월 6일 02시 59분


日영화 ‘유어 프렌즈’

《“유카가 죽었을 때 제가 열다섯이었으니까 제 인생의 3분의 1을 유카와 보낸 셈이었죠. 그런데 지금은 4분의 1이에요. 앞으로 점점 나이를 먹어서 마흔 살이 되면 8분의 1, 쉰 살이 되면

10분의 1….”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반비례하는 것이 있다.

키, 기억력, 그리고 한때 전부인 줄 알았지만 지금은 여러 명 중 하나가 되어버린 어릴 적 친구의 존재감.

5일 개봉하는 영화 ‘유어 프렌즈’ 속 에미(이시바시 안나)의

대사는 세월이 흐르며 변하거나 사라져가는 것들을 되새김질

하게 해준다. 이제는 기억을 더듬어야만 머릿속에서 만날 수 있는 유년시절 친구까지도.》

대안학교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여주인공 에미. 왼쪽 다리가 불편한 그에게 학생들이 붙여준 별명은 ‘폭신폭신 구름’이다. 에미는 틈틈이 구름 사진을 찍어 학생들에게 나눠준다. 그에게 구름은 “하늘의 표정을 만들고 비도 뿌리며 햇빛도 막아주는 재주꾼”이다.

‘폭신폭신 구름’은 원래 에미의 초등학교 단짝이었던 유카(기타우라 아유)의 것이었다. 신장이 나쁜 유카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 ‘친구의 방’이라는 곳에 붙어 있던 구름이었다.

단체 줄넘기 대회를 앞둔 어느 날. 선수로 뛸 수 없어 줄을 돌리게 된 두 사람은 함께 처음으로 땀을 흘리며 친구가 된다. 유카는 자신의 잘못으로 에미가 다리를 절룩거렸다는 사실을 털어놓으며 서로에게 소중한 ‘한 사람’이 된다. 하지만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유카는 서서히 떠날 준비를 한다.

학교폭력, 성적, 부모와의 갈등, 이성과의 사랑…. 성장기를 다룬 영화엔 이런 소재들만 있는 게 아니다. 히로키 류이치 감독은 에미의 주변 인물을 통해 청소년 시절 겪을 법한 상실의 아픔과 소외, 질투 등의 감정을 포근히 감싸 안는다.

에미의 같은 반 친구인 하나(요시타카 유리코)는 단짝이 새로 생긴 남자친구 때문에 자신에게 소홀하자 심리적 시력장애를 겪고 있고, 미요시(야마다 고지)는 학교 축구부 주장이자 에미의 남동생인 분(모리타 나오유키)과 친해지고 싶지만 존재감이 없는 자신 때문에 괴로워한다.

롱테이크와 원거리 촬영이 자주 등장하는 영화는 일본 영화 특유의 아기자기함보다 성장기의 상처와 추억을 담담하게 관조하는 편이다. 마치 황순원의 ‘소나기’ 같은 성장 소설을 읽는 기분이랄까. 영화는 시게마쓰 기요시의 소설 ‘친구가 되기 5분 전’을 원작으로 했다. 전체 관람가.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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