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혼란에 경제서적 출간 ‘스톱’

  • 입력 2009년 3월 3일 02시 58분


전망치 자꾸 빗나가 내용 바꾸다 결국 포기

작년 판매량 ―6.8%… 처세관련 책만 잘나가

지난해 3월 초 경제경영서 전문 출판사인 리더스북은 부동산 관련 책을 내기로 하고 저자를 섭외했다. 새 정부의 규제 완화로 부동산 경기가 살아날 것으로 전망했던 것이다. 그러나 세계적 경제 혼란의 여파로 경기가 요동쳤고, 저자는 집필하는 동안 수정을 거듭해야 했다. 1년이 지난 지금 리더스북은 이 책의 발간을 사실상 포기했다.

불황에 빠진 출판계에서 경제경영서를 주로 내는 출판사들의 고민은 더욱 깊다. 환율, 주가 등 경제 상황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어 책의 내용과 출간 시기를 결정하는 게 힘들기 때문이다.

해냄출판사는 최근 탈고된 경제전망서의 원고를 긴급히 수정했다. 이혜진 편집장은 “저자가 일찍 썼던 주식, 부동산 부분이 현 상황과 맞지 않아 개고가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저자는 구체적인 장 예측 대신 ‘상승’과 ‘하락’의 사례로 나눠 양쪽 모두 전망하는 방식으로 고쳤다.

종합주가지수가 2,000 선까지 올랐던 2007년 말 리더스북이 기획한 주식 관련 책도 폐기될 처지에 놓였다. 가치주와 성장주 가운데 어느 쪽이 유망할지 전망하는 책이었으나 최근 주식시장은 이런 논란이 무의미할 정도로 주저앉았기 때문이다.

출판사들은 대개 6개월∼1년 내로 책을 내기로 저자와 계약을 하기 때문에 이렇게 몇 번 미루다가 지급한 선인세를 손해 보면서 책 출판을 포기하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경제 경영 분야 책은 경기에 민감해 이미 시장이 줄어든 상황에서 이런 변수까지 더해져 사정이 더욱 어렵다”고 말했다. 인터파크도서의 집계에 따르면 경제경영서의 판매량은 지난해에 2007년 대비 6.8% 감소했다.

그나마 팔리는 경제경영서는 케인스의 경제 이론을 다룬 책 같은 고전이나 ‘직장에서 살아남기’류의 책들이다. 위즈덤하우스가 최근 낸 책들을 보면 이런 경향이 잘 드러난다. 정복기 삼성증권 PB(프라이빗뱅킹) 연구소장의 ‘재테크 정석’과 프랑스 석학 자크 아탈리의 ‘위기 그리고 그 이후’의 판매는 회사 측의 기대에 못 미쳤다. 허형식 팀장은 “시장이 안 좋았지만 이름값을 믿고 냈는데 먹혀들지 않았다”면서 “반면에 ‘회사가 붙잡는 사람들의 1% 비밀’이란 책은 의외로 선전하고 있는데 그 정도로 지금은 ‘생존’ 문제가 더 절박한 것 같다”고 풀이했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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