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무대 설때마다 전율감” “사랑의 음색 내뿜을것”

  • 입력 2009년 2월 26일 02시 57분


내달 12~15일 한국 공연

오페라 ‘나비부인’

남녀 주역 e메일 인터뷰

《한 여인의 지고지순한 사랑, 서정적이면서도 매혹적인 선율…. 1904년 초연된 자코모 푸치니의 ‘나비부인’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여전히 인기가 높은 오페라다. 3월 12∼15일 이탈리아 트리에스테 베르디극장 팀이 ‘나비부인’을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올린다. 밀라노의 라스칼라, 나폴리의 산카를로와 함께 이탈리아 명문으로 꼽히는 베르디극장의 첫 내한공연이다. 소프라노 조수미가 1986년 이 극장에서 오페라 ‘리골레토’로 데뷔했다.》

주인공인 초초 역을 맡은 소프라노 라파엘라 안젤레티(38)와 핑커턴 중위 역의 테너 마리오 말라니니(49), 연출가 줄리오 차바티(51)가 e메일을 통해 ‘나비부인’ 이야기를 들려줬다. 두 성악가는 이탈리아 오페라 무대를 중심으로 활동 중인 정상급 성악가다. 말라니니는 2007년 라스칼라에서 ‘나비부인’과 오스트리아 빈 오페라하우스에서 ‘카르멘’을, 안젤레티는 2007∼2008년 빈 오페라하우스에서 ‘나비부인’ ‘맥베스’ ‘수녀 안젤리카’를 공연했다.

○ 사랑, 배신, 절망

이 작품의 배경은 19세기 후반 일본 나가사키. 미 해군 핑커턴 중위는 일본 여인 초초(일본어로 ‘나비’라는 뜻)와 결혼하지만 곧 미국으로 떠나버린다. 3년이 넘게 기다리던 초초는 그가 미국 여성과 결혼했고, 둘 사이에 태어난 아들까지 데려가려는 걸 알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나비부인’ 공연을 100번도 넘게 했지만, 처절하게 사랑하고 그 사랑에 상처받는 초초라는 캐릭터는 언제나 매력적이에요. 설렘부터 배신당하고 분노에 휩싸인 감정까지 드러내 보여야 하기 때문에 참 어려운 배역이죠.”(안젤레티)

초초 역은 기복이 큰 감정 표현과 연속되는 고음으로 가창력과 연기력, 지구력을 갖춘 소프라노만이 해낼 수 있는 배역으로 알려져 있다. 더구나 몸에 꼭 맞는 기모노를 입고 종종걸음 치며 연기해야 하는 어려움이 더해진다.

“한 여인에게 그렇게 악한 짓을 하다니! 핑커턴은 참 몹쓸 인물이죠. 그래도 초초와 ‘사랑의 이중창’을 부를 땐 사랑의 마음을 가득 담아 노래할 겁니다. 이때만큼은 초초를 온전히 사랑했을 것 같거든요.”(말라니니)

“전 아리아 중에 ‘Tu, tu, piccolo iddio(너냐, 너야? 내 작은 수호신이여)’를 가장 좋아해요. 그토록 사랑하는 아이를 두고 자결을 결심하는 그 애처로운 심정을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져요.”(안젤레티)

이들은 “‘나비부인’은 아름다운 선율이 가득한 작품이라 무대에서 전율을 느낀다”면서 “그토록 한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을지 가끔 스스로 물어본다”고 덧붙였다.

○ 동양의 신비를 넘어

‘나비부인’이 서양에서 큰 인기를 모은 까닭은 일본 문화를 신비로운 분위기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원망하지 않고 남편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여인, 버림받자 주저 없이 죽음을 택하는 것은 서양인에게 낯선 문화. 그래서 서양의 ‘나비부인’은 동양의 풍광과 정서를 나타내는 데 주로 초점을 맞춰왔다.

그러나 연출가 차바티는 이번 내한공연에서 “동양의 풍습과 소재보다는 인간의 공허함과 외로움을 표현하고 싶다”면서 “이런 측면을 부각시키기 위해 영상기법을 도입하려고 한다”고 소개했다.

“오페라 연출은 작품의 본질을 정확하게 해석해야 합니다. 유럽 오페라에서는 정통성을 중시한 나머지 창의적인 면이 간과될 때가 있습니다. 새로워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이 곧 예술의 완성에 다가가는 일이 아닐까요.”

한국 방문을 앞둔 두 주인공은 “새로운 해석에 대한 한국 관객의 반응이 궁금하다”면서 “이번 기회에 한국의 전통문화를 체험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여동생 남편이 몽골 사람이라 동양의 예절과 전통문화에 관심이 많답니다.”(안젤레티)

“동양의 음색에는 오랜 문화와 삶이 녹아들어 있는 것 같아요. 제겐 고전문학과 같은 이미지로 다가옵니다.”(말라니니)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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