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611>志於道하며 據於德하며 依於仁하며 …

  • 입력 2009년 2월 23일 02시 54분


志於道하며 據於德하며 依於仁하며 游於藝이니라

‘논어’ 述而편의 이 장은 선비의 존재방식과 일상생활에 대해 말한 것이다. 魏書(위서) ‘崔光傳(최광전)’은 이 구절을 이용하면서 선비 ‘士(사)’를 전체 주어로 삼았다.

志(지)는 뜻을 둔다는 뜻이다. 志於道(지어도)는 도를 체득하려고 志向(지향)한다는 말이다. 據(거)는 근거한다는 뜻이다. 據於德(거어덕)은 덕을 據點(거점)으로 삼아 굳게 지킨다는 말이다. 依(의)는 依支(의지)한다는 뜻이다. 依於仁(의어인)은 인에 의지해서 인으로부터 어긋나지 않는다는 말이다. 游(유)는 헤엄친다는 뜻이므로 빠질 溺(닉)과는 다르다. 흔히 노닌다는 뜻으로 풀이하며 복합어로는 優游(우유)라고 적는다.

藝(예)는 禮(예)·樂(악)·射(사)·御(어)·書(서)·數(수) 등 六藝(육예)를 말한다. 오늘날의 敎養(교양), 運動(운동), 趣味(취미), 藝術(예술)에 해당한다. 游於藝(유어예)는 작은 技藝(기예)에 耽溺(탐닉)함이 아니다. 주자(주희)는, 앞의 셋이 내적인 면에 마음 쓰는 데 비해 육예에서 노니는 것은 외적인 일상 행동을 통해 수양에 힘쓰는 일을 뜻하며, 그것을 아울러야 本末(본말)을 갖추게 되고 內外(내외)가 涵養(함양)된다고 하였다.

조선의 화가 李澄(이징)은 어릴 때 다락에서 그림을 익혔는데 어른들이 그가 어디 있는지 몰라서 사흘이나 찾았다. 마침내 찾아낸 뒤 아버지가 화가 나서 종아리를 때렸더니 이징은 떨어진 눈물로 새를 그렸다.

박지원은 ‘炯言桃筆帖序(형언도필첩서)’에서 이 일화를 예로 들어 死生(사생)과 榮辱(영욕)의 분별을 잊어버리고 道와 德을 일상에서 실천하는 일에 매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游藝(유예)를 앞세우고 지향을 두지 않아 덕을 지키지 않고 인에서 어긋난다면 이 章의 가르침과는 거리가 멀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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