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86년 우주정거장 미르호 발사

  • 입력 2009년 2월 20일 02시 56분


하늘 위의 집, 우주정거장. 이것은 인류의 오랜 꿈이었다. 이 꿈은 옛 소련에 의해 이뤄졌다.

1971년 4월 소련은 최초의 우주정거장 살류트1호를 발사했다. 1969년 7월 미국이 아폴로 11호를 발사해 최초로 달에 착륙하자 자존심이 상한 소련은 이때부터 우주정거장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불과 2년 만에 그 구상을 실현한 것이다.

소련이 우주정거장을 선점하자 미국도 가만있지 않았다. 미국은 1973년 5월 우주정거장 스카이랩을 발사했다. 냉전의 시기, 미국과 소련의 우주개발 전쟁은 점점 더 치열해졌다.

치열한 경쟁의 와중에서 소련은 1986년 2월 20일 대규모 우주정거장 미르호를 발사해 우주에 안착시키는 데 성공했다.

소련은 원래 미르호를 3년만 사용하고 폐기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2001년까지 15년 동안 사용하게 됐다.

미르호는 태양전지판을 포함해 폭 3m, 길이 30m, 높이 27m에 무게는 140t이었다. 지상에서 300∼400km 위치에서 8만8000여 회 지구 궤도를 돌았다. 비행 거리는 약 36억 km.

12개국 우주인 105명이 1만6500여 건의 각종 과학실험을 수행했다.

미르호는 우주에 관한 풍부한 과학 자료와 정보를 제공해주었다. 냉전의 산물로 탄생한 우주정거장이었지만 인류의 과학 발전에 크게 기여한 것이다.

러시아 우주비행사 발레리 폴랴코프는 미르호에서 438일 동안 체류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또 다른 러시아 우주비행사 세르게이 아브데예프는 3회에 걸려 2년 이상 우주에 머무는 행운을 누리기도 했다.

그러나 예정보다 오랫동안 궤도를 돌다보니 어려움도 많았다. 우선 약 1500번이나 고장이 났다. 산소재생기가 폭발하기도 했고, 화물선과 충돌하기도 했다. 두 차례 궤도 이탈 등 위태로운 순간도 적지 않았다.

소련의 붕괴 직후 재정난으로 승무원의 귀환이 수개월 늦어지기도 했다. 우주 미아가 될 뻔한 것이다.

이 같은 다양한 에피소드 덕분에 미르호는 사람들에게 가장 익숙한 우주정거장으로 기억되고 있다.

미르호는 2001년 3월 23일 남태평양 피지 섬 인근에 추락함으로써 15년간의 생을 마감했다. 러시아 모스크바 가가린우주센터는 실제 크기의 미르호 모형을 만들어 전시해놓았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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