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제81회 아카데미 시상식… 벤자민 버튼 vs 슬럼독

  • 동아닷컴
  • 입력 2009년 2월 19일 07시 31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은 미국 영화의 축제다. 23개의 트로피 중 미국에서 제작하지 않은 영화에게 주는 상은 단 하나, 외국어영화상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카데미 시상식은 전 세계 그 어떤 영화 시상식보다 주목받는다. 할리우드는 한 해 수백편씩 영화를 제작한다. 인도가 미국보다 더 많은 편수의 영화를 만들고 있지만 할리우드는 전 세계 영화시장의 3분의2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세계 영화산업의 중심 미국에서 가장 권위를 인정받는 아카데미 시상식에 전 세계 영화 팬들의 시선이 쏠리는 것은 당연하다.

81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22일(현지시간) 미국 LA 코닥극장에서 열린다.

○이변은 없다. 휴먼스토리와 시대극 사랑하는 보수적인 아카데미

아카데미상은 미국 영화업자와 영화예술 아카데미협회가 수여하는 상이다. 이 상은 늘 역사물, 시대극, 실존인물을 다룬 영화를 편애하고 보수적인 성향이 강하다는 비판도 함께 받고 있다.

제78회 시상식 때 인종차별 등 시대의 문제를 고발한 ‘크래쉬’에게 작품상을 안기는 등 다소 변화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보수적인 분위기는 여전하다.

올해 아카데미 역시 명품 블록버스터로 꼽힌 ‘다크나이트’를 작품상과 감독상 후보에서 제외했다. 이번 시상식 작품상 후보에 오른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이하 ‘벤자민 버튼’)의 제작자 프랭크 마셜은 공개적으로 “‘다크나이트’가 작품상 후보에 오르지 못한 것은 상당히 놀랍다”고 말할 정도였다.

81회 시상식의 작품상과 감독상, 남녀주연상 등 주요 부문에 오른 영화들 대부분 휴먼스토리와 시대극, 혹은 유명 원작이 있는 작품이다.

‘밀크’의 경우 1970년대 활동한 동성애 인권운동가 하비 밀크의 전기영화로 휴먼스토리에 실존 인물, 그리고 시대극까지 아카데미가 선호하는 3박자를 모두 갖춘 영화다. ‘벤자민 버튼’ 역시 휴먼스토리에 유명 원작, 그리고 시대극이다.

○81번째 오스카 트로피는 누구에게?

관심을 모으는 작품상은 ‘벤자민 버튼’과 ‘슬럼독 밀리어네어’가 치열한 접전을 벌이는 형세다. 두 영화는 각각 13개, 10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브래드 피트의 열연이 돋보이는 ‘벤자민 버튼’이 더 많이 알려져 있지만 ‘슬럼독 밀리어네어’도 만만치 않다.

이 영화는 학교도 다니지 못한 빈민가 출신 소년이 백만 달러가 걸린 퀴즈쇼에서 우승하지만 사기죄로 체포되는 내용으로 최근 사회현상을 담은 영화에도 눈길을 돌리는 아카데미 성향에 어울린다.

남우주연상은 아카데미와 골든 글로브는 물론, 칸과, 베니스, 베를린 등 3대 영화제 남우주연상까지 모두 수상한 경력이 있는 ‘밀크’ 숀 펜과 ‘벤자민 버튼’의 브래드 피트가 각축을 벌이고 있다. 여우주연상은 ‘다우트’의 메릴 스트립과 ‘체인질링’ 안젤리나 졸리, ‘더 리더’ 케이트 윈슬렛이 모두 손에 꼽힌다.

○제 81회 아카데미의 이색 도전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는 엄밀히 따지면 법적인 부부는 아니다. 하지만 세 아이의 생물학적 아빠, 엄마며 역시 세 아이의 법적인 부모이다.

두 사람은 아카데미 사상 최초 부부 동반 주연상 수상에 도전하고 있다. ‘다크나이트’ 조커 역으로 불후의 명연기를 선보인 히스 레저는 이미 세상을 떠났지만 남우조연상 후보 0순위로 꼽히고 있다.

수상할 경우 1978년 ‘네트워크’로 남우주연상을 받은 피터 핀치에 이어 사상 두 번째 사후 수상을 기록한다.

명배우 메릴 스트립은 올해 무려 15번째 아카데미에 노미네이트되며 신기록을 달성했다. 2007년 자신이 세운 14번째 기록을 갈아 치운 대기록이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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