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연극 ‘억울한 여자’

13일 연극 ‘억울한 여자’가 끝난 후 배우와 연출자들이 관객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제공 이다엔터테인먼트

연극보며 궁금한 점 있었죠?

‘공연 AS’로 확 풀어드립니다

“화났어?”(유코·아내) “아냐, 일 때문에.”(다카다·남편) “화가 난 건 아니고?”(아내) “화 안 났어.”(남편) “부탁이 있는데, 화가 났으면 화가 났다고 말해 줘.”(아내) “그러니까 화 안 났다고 했잖아. 끈질겨서 그렇지.”(남편) “뭐? 끈질겨서 뭐야? 끈질겨서 화가 났어?”(아내)

이번이 네 번째 결혼인 자칭 ‘이혼 부자’ 유코는 남편이 무심코 내뱉은 말의 행간, 어미 하나까지 집요하게 파고드는 여자다. 본의 아니게 상대를 괴롭히는 유코는 억울한 여자라기보다 불편한 여자에 가깝다.

그래서일까. 연극 ‘억울한 여자’를 보는 관객의 반응은 두 가지로 엇갈린다. “이상해요”와 “이해돼요”. 공연장 문 앞에 마련된 ‘유코에게 남기는 메모’엔 이런 상반된 반응을 볼 수 있다. “너무 슬프다. 여자 마음엔 유코가 한 명씩은 다 있어. 유코는 표현할 뿐이지.” “당신은 이상해요. 보는 내내 너무 괴로웠어요. 물 좋고 산 좋은 곳에서 요양하세요!”

이런 관객들을 위해 제작사는 특별한 자리를 마련했다. 13일 오후 3시 억울한 여자가 끝나자 배우와 연출자들은 무대로 나와 자리를 뜨려던 100여 명의 관객을 붙들었다. 공연 중 미처 해소하지 못했던 점들을 관객과의 대화로 풀어보는 일종의 ‘공연 애프터서비스’ 자리를 마련한 것. 연출자 박혜선 씨는 “나와 다른 사람과 소통하자는 게 연극의 주제인데 정작 관객과의 소통은 게을리했던 것 같다”며 취지를 설명했다.

먼저 대전에서 왔다는 30대 주부가 질문을 던졌다. “유코가 비정상인 건가요? 유코 역을 맡은 이지하 씨는 유코가 정상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이지하 씨가 대답했다. “오늘은 양호한데요. 어떤 날은 관객들이 대놓고 ‘환장하겠네’라고 소리쳐서 상처받은 적이 있었어요. 하지만 배우 스스로 배역이 비정상이라고 생각하면 연기가 불가능하지 않겠어요? 평소 예의상 마음에 누르고 담아 왔던 것을 이 여자가 저지르고 있구나. 저도 유코처럼 살아보고 싶다고 생각해요.”

금요일 오후 공연에는 주부 관객이 눈에 띄게 많았다. 주부 이순이 씨(60)는 “공연을 보는 내내 저런 며느리가 있다면 정신과 치료를 받아보라고 얘기하고 싶을 정도였다”며 “하지만 배우, 연출자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 정작 솔직하고 싶을 때 솔직하지 못한 나 자신에게 되묻게 됐다”고 말했다.

제작사는 27일과 3월 6일에도 오후 3시 공연을 마친 뒤 ‘뒤풀이’ 자리를 진행한다. 뒤풀이가 끝나면 로비에서 커피도 나눠준다. 3월 8일까지. 서울 동숭동 문화공간 이다 2관. 02-762-0010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