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초특급 캐스팅 ‘와’ 뻔한 스토리 ‘우’

  • 입력 2009년 2월 13일 02시 59분


밸런타인데이 겨냥한 영화 ‘그는 당신에게…’

《지지(지니퍼 굿윈)는 연애에 관한 재주도 없고 바람맞기 일쑤인 ‘찌질녀’. 남자 앞에선 자존심보다 겸손함이 최고의 미덕인줄 안다. 전화하겠다는 소개남의 한마디를 금과옥조 삼아 잠결에도 수시로 휴대전화의 액정을 들여다보다 기어코 소개남의 단골 클럽을 찾아간다. 심지어 그는 남자들의 스쳐가는 눈빛 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하며 자기를 좋아한다고 믿는 이른바 ‘도끼병’ 환자다.》

연애실전가이드로 포장된 영화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12일 개봉)는 이 세상 ‘지지’같은 여자들에게 생각보다 꽤 유용한 해답을 내놓는다. 상대방이 전화를 하지 않는 것도, 주말에 약속이 있다고 말하는 것도 이유는 한가지다. 모든 것은 남자들이 여자에게 빠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지뿐만이 아니다. 7년간 부부처럼 살아도 결혼은 안 된다는 남자친구 닐(벤 애플렉)을 둔 베스(제니퍼 애니스턴), 애인에게 문자 메일 음성메시지 등 7가지 통신기기로 차인 후 ‘연애닷컴’에 사이트에 수시로 접속하는 메리(드루 배리모어), 사랑에 빠진 유부남으로부터 우린 어디까지 친구라는 말을 듣는 안나(스칼릿 조핸슨)까지…. 영화 속에는 ‘남자들은 꽂히면 달려든다’는 뻔한 연애의 정석을 외면한 채 나만은 예외라는 착각 속에 사는 여자들이 차례로 등장한다.

영화는 드라마 ‘섹스앤더시티’의 작가 그레그 버렌트와 리즈 루칠로가 쓴 동명 책을 원작으로 했다. 원작에는 잔인한지, 친절한지 구별하기 어려운 상황별 대처 방안과 복습문제까지 세세하게 실려 있다. 하지만 영화는 구체적인 매뉴얼을 제시하기보다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는 한 가지 메시지만 집중적으로 강조한다.

그 대신 그 빈틈은 화려한 캐스팅이 메운다. 할리우드 톱스타인 제니퍼 애니스턴, 드루 배리모어, 스칼릿 조핸슨이 함께 출연하는 것만으로도 표 값이 아깝지 않다. 게다가 화려한 여배우들이 우리처럼 망가지고 버림당하는 것을 보는 것은 언제나 통쾌한 일이다.

‘섹스앤더시티’ 작가답게 좌충우돌 연애담의 결말은 해피 엔딩이다. 지지는 자신의 연애상담을 해주던 알렉스(저스틴 롱)와 티격태격하며 사랑에 골인하고, 베스는 닐의 주머니 속에 담긴 반지로 프러포즈를 받는다. 진정한 해피 엔딩이란 백마 탄 왕자님이 아닌 “내 자신이 혼자 힘으로 상처를 딛고 일어서서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것”이라는 메시지도 ‘섹스앤더시티’ 마지막 시즌, 캐리의 독백을 떠올리게 한다.

어눌한 여자와 닳고 닳은 바람둥이 남자가 만나 사랑에 빠진다는 로맨틱 코미디의 뻔한 공식을 답습했다는 혹평이 따를 수 있다. 하지만 쉴 틈 없이 웃음과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닐 듯. 우울한 밸런타인데이. 혼자 영화를 보며 지난 연애의 패인을 곱씹거나 외로운 여자 솔로들끼리 모여 날 버렸던 남자들의 뒷얘기를 나누는 데 적절한 영화다. 원제 ‘He's just not that into you’.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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