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맘대로’ IPTV, 시청문화 달라졌다

  • 입력 2009년 1월 6일 03시 05분


1995년 방송된 SBS 드라마 ‘모래시계’는 최고 시청률이 64.5%에 이르렀다.

사람들이 방송시간에 맞춰 TV 앞으로 모여드는 바람에 거리와 술집이 텅 빌 정도였다. 일명 ‘귀가시계’라는 신조어까지 나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런 일이 생기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TV(IPTV) 서비스가 본격화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프로그램을 내려받아 보는 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 보급이 급속히 확산될 것이기 때문이다.

KT와 SK브로드밴드의 IPTV인 ‘메가TV’와 ‘브로드앤TV’를 이용한 160만여 가구의 지난 1년 동안 VOD 콘텐츠 이용실태를 조사한 통계를 보면서 미래의 TV 시청 행태가 어떻게 달라질지 상상해 보자.

1.황금시간대 오후2시∼저녁으로 이동

기존 지상파TV 방송의 전통적인 ‘황금시간대’는 저녁 뉴스가 시작되는 오후 9시부터 미니시리즈가 끝나는 오후 11시까지다.

그러나 IPTV VOD 콘텐츠 이용은 출근, 등교 시간이 지난 오전 8시부터 서서히 높아져 아이들이 귀가하는 오후 2시에서 저녁까지가 황금시간대다. 이때는 ‘키즈, 애니메이션’ 등 어린이용 콘텐츠가 인기다.

오후 5시부터 오후 9시까지는 지상파 프로그램과 영화의 이용률이 높아진다. 지상파의 황금시간대인 오후 9시부터는 이용이 줄어드는 편이다.

2.IPTV용 인기 프로그램은 따로 있다

최근 종영한 KBS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은 방영 내내 5% 안팎의 낮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브로드앤TV에서는 전체 KBS 프로그램 중 4위를 차지할 만큼 인기를 끌었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노희경 작가의 마니아층이 꾸준히 드라마를 챙겨봤기 때문인 것 같다”며 “TV 프로그램을 골라 보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IPTV 인기 영화도 따로 있다. 주로 가족 영화가 강세다.

3.어린이자녀를 둔 가정의 필수품?

메가TV의 VOD 전체 이용 순위에서 ‘방귀대장 뿡뿡이’가 3위, ‘빼꼼시리즈’가 4위를 차지하는 등 유아교육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었다.

브로드앤TV의 VOD 순위에서는 ‘뽀롱뽀롱 뽀로로 시즌2’가 1위에 올랐다. 5위 안에는 ‘안아줘요 무무’ 등 유아교육 콘텐츠가 3개나 자리를 차지했다.

장르별 인기 순위에서도 ‘키즈’가 ‘지상파 프로그램’에 이어 2위를 차지하는 등 IPTV가 유아교육용 매체로 자리 잡고 있다.

4.1년 이상 인기 꾸준… 스테디셀러의 등장

인기 시리즈물이 개봉하면 이전 작품의 시청도 덩달아 높아졌다. 브로드앤TV에서 지난해 8월 개봉한 다크 나이트가 방영되자 배트맨 시리즈의 예전 작품 시청도 늘어났다.

지상파 종영 드라마 중에도 스테디셀러가 등장했다.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 ‘대조영’ 등의 프로그램은 지상파에서 종영한 지 1년 이상 지났지만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다.

5.주고 받는서비스… 화질도 골라본다

메가TV의 양방향 서비스인 노래방 서비스 이용자는 하루 1만 명이 이용할 정도로 짧은 시간에 많은 이용자를 끌어모았다.

IPTV에서는 화질(畵質)도 선택의 대상이 된다.

브로드앤TV는 동일한 프로그램을 고화질(HD)과 일반화질(SD) 두 가지 버전으로 제공하는데, 드라마 멜로 등은 SD급 화질로 보는 대신 블록버스터, 액션 영화는 HD 이용률이 월등히 높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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