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 이상우의 행복한 아침편지] 그 아버지에 못말리는 그 아들

  • 입력 2008년 12월 26일 08시 51분


초등학교 2학년인 큰아들 종원이는 한자능력검증시험에 합격하기 위해 그것도 100점으로 합격하기 위해 죽기 살기로 공부하고 있습니다.

이번이 처음이라 시험은 6급에 도전했습니다. 제가 합격하면 게임기를 사주겠다고 했더니 이 녀석이 다른 건 다 제쳐두고 한자공부만 하고 있습니다.

집사람도 그런 아들이 밉지 않았는지, 도와주고 있습니다.

아이가 한자를 외우는데 도움 될 거라면서 앞면에는 한자를 쓰고, 뒷면에는 뜻과 음을 적어서 한자카드를 만들어 줬습니다.

종종 저와 아들은 누가 먼저 정답을 많이 맞히나 시합을 하고 있습니다.

시험 보기 전, 어느 날 아들과 한자카드 많이 맞히기 게임을 했습니다.

시험날짜도 얼마 안 남은 상황에서, 제가 더 많이 맞추면 아들이 기죽을까봐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며 아들 녀석의 실력을 테스트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와 아들이 게임 하는 걸 쭉∼ 지켜보던 집사람이 “당신, 아는데도 안 맞추는 거야, 아님 정말 몰라서 대답 못하고 있는 거야?”이러면서 저를 약 올리는 게 아닙니까??

그래서 홧김에 아들이 15개를 맞추고 제가 13개를 맞춘 상황에서 제가 연달아 3개를 다 맞혀 역전승을 해버렸습니다.

그런데 저를 닮아 승부욕이 강한 아들 얼굴이 일그러지더니 저한테 그랬습니다.

“치! 뭐야. 아빠만 다 맞추고. 아빤 매일매일 야한 생각만 많이 하니까 ‘야’자 들어간 건 다 맞추네. 밤 야(夜), 들 야(野), 어조사 야(耶). 이것 봐요, ‘야’자만 연달아서 3문제나 맞췄잖아” 하는데, 어찌나 당황스럽던지…

저와 아내는 이 녀석이 어디서 ‘야하다’는 단어를 배웠나 싶어 한참을 웃었습니다.

그리고 집사람이 아들에게 “이종원, 너 야하다는 게 뭔지나 알고 그런 말 하는 거야?”하고 물어봤습니다.

그러자 이 녀석은 낯빛하나 변하지 않고 “모르긴 왜 몰라요? TV에서 예쁜 여자들이 야시시한 옷 입고 나올 때 아빠가 작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한참 쳐다보는 게 야한 생각 아니에요? 저도 다 알아요” 하면서 또박또박 말을 했습니다.

그 말이 어찌나 웃기던지… 저와 아내는 또 한참을 웃었습니다.

그런데 아내가 절 보면서 뭐라는 줄 아십니까?

“거봐, 내가 좀 작작 하랬지? 당신 오늘 아들한테 크게 한 방 먹었네∼ 그러니까 평소에 나한테 그런 눈길 주면서 좀 잘해보란 말야∼” 라는 겁니다.

그리고 집사람 옆에 있던 아들의 얼굴을 보니까 글쎄 이 녀석이 고소하다는 표정으로 절 보고 있는 겁니다.

아내는 이내 한판 더 하라며 다시 카드를 섞었고, 저는 괜히 아들이 괘씸해서 그 다음판도 봐주지 않고 그냥 이겨버렸답니다.

그리고 드디어 이 녀석이 한자시험을 봤는데, 녀석에게 어땠냐고 물어보니까 자긴 잘 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100% 합격일 거라고 장담을 하고 있습니다.

글쎄요.

하지만 시험이란 건 성적을 받아와야 아는 거니까요,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부산 동래 | 이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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