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전 연 이정여 씨▼
“아들잃은 슬픔 화폭에 담으며 달래”
건강했던 아들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자 이 씨는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아들의 죽음 앞에 모든 것이 어둠 속에 묻혔어요. 내가 어디에 있는 건지 알 수 없었고 산다는 것이 두려웠습니다.”
이 씨는 어느 날 저녁 작업실에서 우연히 하늘을 올려다봤다. 하늘이 점점 어두워지더니 별이 하나 둘씩 나타났다. 그는 “아들이 별로 환생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중단했던 그림을 다시 시작했다.
화폭에 별과 연밥(연꽃의 열매)을 하나하나 새기면서 아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이 씨는 이렇게 그린 그림으로 지난달 19∼25일 서울 종로구 인사아트센터에서 개인전 ‘환·별이 되다’를 열었다.
“아들이 떠난 것이 아니라 내가 잠시 남아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들이 하늘나라에서 나를 보며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장기이식받은 지정혁 씨▼
“신장 떼어준 어머니와 히말라야 여행”
지 씨는 11일 네팔로 떠나기 전 “태어나서 가장 멀리 가는 여행”이라며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어려서부터 신장이 나빴다. 체육시간에 선생님이 “뛰지 말라”고 하는데도 “뛸 수 있을 만큼 뛰겠다”고 오기를 부리다가 주저앉기도 했다.
지 씨는 신장 때문에 중학교 2학년 때부터 혈액 투석을 받았다. 어머니는 아들이 중3 때 신장을 떼어줬다.
올여름 아들과 어머니는 히말라야 등반에 나서기로 했다. 모자는 시간 날 때마다 산을 오르며 차근차근 등반 준비를 해나갔다.
지 씨는 “신장 이식을 받고도 몸 관리만 잘 하면 이렇게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히말라야 등반을 다녀 온 후 일본으로 요리 공부를 하러 갈 계획이다.
“보통 사람도 하기 힘들다는 히말라야 등반을 갔다 오면 매사에 자신감이 생길 것 같습니다. 소극적인 모습을 떨쳐 버리고 적극적으로 생을 개척해 나가고 싶습니다.”
▼기획社 운영 주기윤 씨▼
“턱시도 입고 사업 1년차 무사통과 자축”
디자이너 발굴육성 사업을 하고 있는 회사 ‘아트페버’는 1년을 무사히 보냈다는 대견함과 내년을 기약하는 기대감을 담아 ‘레드카펫 이벤트’를 열 계획이다.
이 회사 주기윤(37) 대표는 “‘과연 이 일을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 수차례나 직면했던 한 해였다”면서 “한 해를 무사히 마무리한 내 자신과 직원들이 대견하다”고 말했다.
“각자 멋진 드레스와 턱시도를 차려 입고 ‘포토존’에서 사진도 찍을 계획입니다. 여러 가지 상을 만들어 직원 모두 시상대에 올라가 상을 받는 기쁨도 누려야지요.”
그런가 하면 남을 위해 봉사하는 즐거움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는 사람도 있다.
일장 스님은 30여 년간 모은 서화와 자신이 그린 그림 150여 점을 20∼22일 동해예술문화회관(강원 동해시)에서 열리는 노인요양원 설립 모금전시에 기부했다.
그는 “요즘 ‘절박하다’며 절을 찾는 사람이 많은데 ‘홀로서기’할 수 있는 사람이 진정 강한 사람”이라며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그것을 등불로 삼아 어려움을 헤쳐 나가기를 다짐하는 연말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