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속 서양인’ 이런 일도…

  • 입력 2008년 12월 10일 02시 59분


100m 거리에서 총 쏴 상투 떨어뜨리고… 천연두 걸려 사망하고…

《1886년 7월 콜레라가 전국적으로 창궐하기 전인 1886년 2월 미국인 맥시밀리언 타블이 서울에 도착했다. 그는 전염병이 돌고 있어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는 권고를 거부했다. 하필 그의 숙소에 천연두에 감염된 한국 아이가 있었다. 일주일도 안 돼 천연두에 걸린 타블은 그해 3월 세상을 떠났다. 서울에서 숨진 최초의 서양인이었다.》

■ 정성화 교수 등 구한말 서양인의 일상 다룬 책 펴내

1898년 8월 미국인 존 플래너건은 제물포에서 식료품점을 운영하는 미국인 친구를 살해한 혐의로 서울의 미국공사관에서 재판을 받아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횡령 사실을 숨기기 위해 친구를 살해한 플래너건은 공사관의 감방에 수감됐다. 서울에서 열린 최초의 외국인 죄수 재판이었다.

9일 발간된 책 ‘서양인의 조선살이, 1882∼1910’(푸른역사)은 이런 흥미로운 사실을 소개했다.

○ “고종과 미국여인 결혼” 美신문 오보소동

정성화 명지대 사학과 교수와 한국 관련 자료를 수집해 온 프리랜서 칼럼니스트 로버트 네프 씨는 서양인의 자서전, 여행기, 해외 일간지 등 자료를 수집해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구한말 한국 속 서양인의 삶을 복원했다.

구한말 한국에서 열린 미국 독립기념일(7월 4일) 기념행사는 대한제국 황실로선 골치 아픈 일이었다. 정 교수에 따르면 정변에 대한 공포로 일반인에게는 금지된 폭죽을 독립기념일 행사에서 터뜨렸기 때문이다. 1898년 서울 정동에서 열린 행사에서 13발의 예포가 발사되고 폭죽이 터졌는데 고종황제는 독립기념일 행사라는 보고를 받은 뒤 마음을 놓았다.

구한말 서양인의 황당한 ‘뒷이야기’도 다수 공개됐다.

고종과 미국 여인 에밀리 브라운의 결혼식을 보도한 1903년 ‘보스턴 선데이 포스트’의 오보가 황당하다. 이 신문에 따르면 브라운은 선교사인 아버지를 따라 1890년대 한국에 왔다가 고종의 눈에 띄었다지만 실존 인물이 아니었다. 얘깃거리를 만들려 했던 미국 신문의 허위 기사였다.

○ 술주정으로 짐싼 美공사 등 황당 뒷얘기도

1886년 주한 미국공사로 발령받은 윌리엄 파커는 술고래로 “그릇을 깨뜨리고 마루에서 소변을 보는 인물”임이 드러나 3개월 만에 짐을 싸야 했다. 독일 외교관 페르디난트 크리엔은 난교 파티를 벌였다는 소문 때문에 1888년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따돌림을 당했다.

1912∼14년 한국을 방문한 미국인 브라운 미치가 쌍엽기를 촬영한 사진도 처음 공개됐다. 한국에서 비행기가 첫선을 보인 것은 1913년 8월 일본 해군 기술 장교가 쌍엽기인 나라하라 4호기를 용산에서 시험운항한 때로 알려져 있어 한국 내 초기 비행기 모습을 보여주는 희귀 사진이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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