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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0월 31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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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금융위기로 인한 환율상승 탓에 내년에는 해외 연주자의 내한공연이 대폭 축소될 전망이다. 이 때문에 공연계에서는 “내년 한 해는 국내 연주자들에 대해 주목하는 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002년 한국인 최초로 독일 브람스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했던 바이올리니스트 김주현(32) 씨는 주목받는 차세대 바이올리니스트로 꼽히고 있다. 3년 전 독일 유학시절에 EMI에서 첫 앨범 ‘에스트렐리타’를 냈던 김 씨가 그리그, 슈만, 멘델스존의 낭만적 작품을 연주한 2집음반 ‘아리에타’(소니BMG)로 돌아왔다. 11월4일 오후 8시에는 금호아트홀에서는 그의 리사이틀이 열린다.
이번 음반에서 김 씨는 그리그의 ‘홀베르그 모음곡’(오케스트라곡), 슈만의 ‘로망스’(오보에곡), 멘델스존의 ‘무언가’(피아노곡) 등 다른 악기로 연주되는 유명곡들을 자신이 직접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곡으로 편곡해 연주했다. 고교시절부터 작곡과 편곡을 해왔던 김 씨는 지난해 금호스페셜 독주회에서 다른 악기의 곡을 편곡해 앙코르곡으로 연주한 것을 계기로 이번 음반을 내게 됐다.
김 씨는 바이올리니스트로서 보기 드물게 다양한 경력을 갖고 있다. 국내외 유수의 교향악단의 협연은 물론이고 ‘은행나무 침대’ ‘8월의 크리스마스’ 등과 같은 영화음악 OST 세션 연주자, 스튜디오 레코딩 엔지니어, KBS 클래식FM 작가, 김대진(피아노) 양성원(첼로)씨와 함께 실내악 연주자로도 활발한 활동을 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2학년 때 내 인생의 전부였던 바이올린을 갑자기 그만두고 싶어졌어요. 대신 영화음악 편곡과 작곡에 큰 관심을 갖게 돼 버클리 음대로 유학가려고 했어죠. 그런데 4학년 때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협연을 하던 중 무대에서 희열과 자유로움을 느꼈어요. 그래서 다시 바이올린으로 돌아오게 됐죠.”
이번 음반에는 그가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사 모은 6000장의 CD를 들으며 키워온 다양한 음악적 관심, 영화음악을 하며 갈고 닦은 편곡실력, 방송국에서 배운 스토리텔링식 선곡, 결혼과 출산 후 겪은 감정까지 다양한 경험이 녹아 있다.
음반의 제목인 ‘아리에타(Arietta)’는 ‘작은 노래’라는 뜻. 대표곡인 그리그의 ‘홀베르그의 모음곡’은 노르웨이의 물안개가 퍼지는 숲 속을 연상케하는 꿈꾸는 듯한 바이올린 선율로 잃어버린 추억을 떠오르게 한다. 멘델스존의 ‘무언가’(無言歌), 슈만의 ‘헌정’과 ‘로망스’까지 모두 바이올린으로 부르는 노래다. 5월의 산들바람으로 시작한 연주는 사랑의 설레임, 유쾌한 기쁨, 사랑의 슬픔까지 하나의 스토리처럼 엮인 풍경화처럼 그려진다.
김 씨는 독일 뒤셀도르프 음대에서 유학하던 중 브람스 국제페스티벌에 단골로 초청되며 브람스 음색을 잘 표현하는 전문연주자로 명성을 떨쳤다. 그는 “대학다닐 때 방황했던 게 후회가 될 때도 있지만, 이제는 내게 가장 소중한 자산이 됐다”고 말했다.
이번 앨범의 또다른 키워드는 ‘자연주의’. 그는 “아이를 낳고 보니 비 온 뒤의 흙냄새를 맡고, 숲 속을 걸으며 자연의 느낌을 찾는 시간이 많아졌다”며 “한참 시간이 흐른 뒤에도 문득 다시 찾아 듣고 싶어지는 음악을 녹음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피아노 반주를 맡은 김주영 씨는 “바이올리니스트들이 자기 악기에만 관심을 갖는 경우가 많은 데 주현 씨는 피아노 곡, 오케스트라곡까지 깊은 이해를 갖고 편곡을 해냈다”며 “젊은 바이올리니스트로인데도 개성을 갖춘 깔끔한 해석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다음달 4일 금호아트홀 독주회에서 앨범에 실린 곡 외에도 자신의 장기인 브람스의 작품(소나타 3번, 스케르초)도 함께 연주한다. 이후 독일 본의 베토벤하우스(11월21일) 등 유럽순회공연도 펼칠 예정이다. 전석 2만원. 02-541-2512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