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의 계절 ‘알찬 전시’ 만나세요

  • 입력 2008년 10월 14일 03시 00분


서울 금호-소마-환기미술관 자체 기획전 눈길

미술관은 상업적인 갤러리 공간에서 만나기 힘든 전시를 접하는 곳이다. 가을을 맞아 미술관이 공들여 기획한 알찬 기획전이 줄을 잇고 있다.

먼저 서울 종로구 사간동 금호미술관의 ‘유토피아-이상에서 현실로’전. 이곳에 전시 중인 1920년대 디자인된 프랑크푸르트부엌의 실물은 전 세계에 3개밖에 없는 희귀한 부엌이다. 붙박이 싱크대와 찬장을 갖춘 현대식 부엌의 효시격인 ‘작품’이다. 숯 아궁이가 있던 옛 부엌에서 주부가 움직이는 동선은 90m, 신식 부엌의 동선은 8m로 줄었다. 고된 가사노동에서의 해방이 있기까지에는 디자인이 큰 몫을 했음을 알 수 있다. 부엌 개량과 관련한 독일과 한국의 오래된 영상물을 보는 것도 흥미롭다.

20세기 전반에 제작했으나 지금 봐도 세련된 가구와 조명의 ‘원조’ 상품, 독일의 바우하우스와 슈투트가르트 바이센호프 주거단지 모형도와 자료도 선보였다. 현대 주거생활의 원류가 담긴 20세기 초 디자인과 건축의 혁신적 시도에서 디자인의 의미를 새롭게 깨칠 수 있다. 12월 28일까지(02-720-5114).

서울 올림픽공원 내 소마미술관의 ‘8808 OUTSIDE IN-밖에서 안으로’전에선 국내에서 보기 힘든 조각의 거장들의 드로잉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다. 1988 서울 올림픽 당시 이 공원에 작품을 설치한 작가 중 10명을 선정해 그들의 실내조각과 드로잉 등 120여 점을 모았다.

여성 조각가 루이스 부르주아의 실내조각 ‘본성탐구’와 솔 르윗의 드로잉 등 거장의 작품이 한 공간에서 조화롭게 공존하며 작은 손바람에도 움직이는 조지 리키의 키네틱 조각은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 밖에 헤수스 라파엘 소토, 나이젤 홀, 브라이언 헌트, 데니스 오펜하임, 귄터 우에커, 엄태정 조성묵 씨 등의 작품이 나왔다. 내년 1월 11일까지(02-425-1077).

11월 30일까지 환기미술관에서 열리는 ‘푸른빛의 울림’은 미술관이 자체 기획한 공모전에서 선정된 12명의 작품을 만나는 자리다. 생성과 소멸의 순환을 상징하는 남궁환 씨의 ‘환궁’은 회화와 음악, 구조물이 결합한 거대한 발광체로 관객들을 압도한다. 신발을 벗고 구조물 안으로 들어가면 눈과 귀를 사로잡는 풍경이 펼쳐진다. 짙푸른 밤하늘을 배경으로 광대한 우주의 서사를 느끼게 하는 정연희 씨의 천장화, 인간의 번뇌를 기하학적 추상 작업으로 표현한 프랑수아 패로딘의 릴리프 작업 ‘68.6’, 한지 콜라주로 캔버스를 채운 사공우 씨의 ‘삶의 노래’와 더불어 나진숙 노경화 문성자 박진호 부지현 신미혜 이소영 이효성 씨의 작품을 볼 수 있다. ‘나만의 푸른빛을 찾아라’ 등 어린이 교육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02-391-7701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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