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메이크’ 지고 ‘리패키지’뜬다

  • 입력 2008년 5월 27일 02시 58분


알렉스 ‘화분’ 등 흘러간 노래

TV프로와 오버랩되며 인기

리메이크? 리패키지!

리메이크 시대는 지나갔다. 흘러간 옛 노래를 다시 불러 재활용하는 것으로는 살아날 방법이 없다. 이미 나온 노래라 해도 적재적소의 상황에 불려져야 하며(Situation) 부른 사람의 이미지(Image)에 따라 재발견되고 ‘대박’ 여부가 판가름 난다. 이른바 ‘리패키지(Repackage·재포장)’가 기존 히트곡의 신(新)재활용 공식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

○ 리패키지=시추에이션+이미지

최근 음원 시장의 파란을 일으키며 디지털 앨범으로까지 만들어진 알렉스의 ‘화분’이 대표적인 사례다. 원래 이 곡은 러브홀릭의 3집에 수록됐지만 대중적으로 그리 잘 알려진 곡은 아니었다.

그러나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코너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신애와의 가상 이별 ‘상황’에 알렉스가 부르자 ‘상황’은 달라졌다. 현재 이 곡은 컬러링 벨소리를 비롯해 온라인 음악 차트를 휩쓸고 있다. 애정표현을 하는 장면에 삽입된 김동률의 ‘아이처럼’과 하찌와 TJ의 ‘뽀뽀하고 싶소’도 알렉스의 입을 통해 재발견됐다.

시청자 민소라 씨는 “알렉스가 이별의 징표로 화분을 주는 설정에 노래 가사가 맞아떨어져 원래 알고 있던 노래였지만 재발견한 기분이다”고 말했다.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에 출연해 박상민의 ‘하나의 사랑’을 부른 격투기 선수 추성훈의 노래는 자동차 광고에 이어 컴필레이션 앨범 ‘2008 연가’에 수록되기도 했다. 운동선수임에도 가수 못지않은 가창력을 보여준 것도 의외였지만 사람들이 그 노래에 열광했던 이유는 한 여자만을 위하는 노래 가사와 프로그램에 나와 보여준 남자답고 강인한 면모가 절묘하게 오버랩됐기 때문이다.

‘허당’ 이승기는 ‘1박 2일’을 통해 조용필의 히트곡 ‘여행을 떠나요’를 불렀다. 코너가 끝나갈 무렵 뮤직비디오 영상에 삽입된 이 곡은 야생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인 ‘1박 2일’의 설정에 더없이 어울리는 곡이었고 시청자들의 열광으로 이어졌다.

○ 음악에도 ‘배경’이 중요해진 시대

기존 리메이크 곡의 성공 여부는 원작의 완성도와 함께 그 곡을 어떻게 편곡하고 새롭게 해석하느냐에 달려 있다. 하지만 최근 쏟아진 리패키지 곡들은 리메이크와 달리 음악을 어떻게 만드느냐보다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불려지느냐가 관건. 이러다 보니 음악이 음악성이 아닌 음악 외적 요소로 좌우되는 양상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음악평론가 배순탁 씨는 “팝 같은 경우 광고에 삽입되어야 겨우 젊은 음악 팬들에게 인기를 얻을 수 있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라며 “비주얼이 오디오를 압도하면서 TV를 통해 보여지지 않고서는 팝뿐만 아니라 가요도 관심을 이끌어내기 힘든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이는 휴대전화나 MP3 등으로 어디서든 음악을 들을 수 있으나, 그와 동시에 영상없이 음악만 듣는 것이 어려워진 현상의 문제점을 말하기도 한다. 음악 자체를 능동적으로 몰입해서 듣기보다 드라마나 오락프로그램이 음악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줘야만 음악을 즐길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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