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필 40주년 콘서트]‘킬리만자로의 표범’ 되어 포효하다

  • 입력 2008년 5월 26일 02시 57분


“옛 노래에선 흘러간 추억을 느끼고 첨단 무대에서는 새로운 추억을 만들기 바랍니다.” 5만 관객이 운집한 가운데 24일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40주년 기념콘서트에서 조용필이 열창하고 있다. 연합뉴스
“옛 노래에선 흘러간 추억을 느끼고 첨단 무대에서는 새로운 추억을 만들기 바랍니다.” 5만 관객이 운집한 가운데 24일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40주년 기념콘서트에서 조용필이 열창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용필(58)은 2시간 35분 동안 서른여섯 곡을 쉼 없이 내질렀다. 데뷔 40주년 기념 공연 타이틀 ‘더 히스토리 킬리만자로의 표범’처럼 포효하는 표범 같았다. 불러도 불러도 그의 히트 곡은 화수분처럼 끊이지 않았다. ‘꿈’부터 ‘그대 발길 머무는 곳에’까지 그는 무대 위에서 40년 가수 인생의 자서전을 써내려갔다. 24일 밤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는 5만 관객이 조용필과 40년을 함께 노래했다. 공연에서 부른 노래의 가사로 공연 현장을 들여다봤다.》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를 본 일이 있는가. 나는 하이에나가 아니라 표범이고 싶다(킬리만자로의 표범·1985년).

=무대 위 대형 화면에 나타난 표범 한 마리. 표범은 이날 조용필의 또 다른 분신이었다. 6분간의 애니메이션에서 하이에나를 물리친 표범은 결국 혼자가 되어 킬리만자로라는 목표를 향해 절벽을 오른다. 표범의 포효로 영상이 끝나자 무대 가운데서 조용필이 나타났다. 40주년 기념공연의 주제로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정해놓은 그는 “이 곡엔 저의 모든 음악적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 언젠가 나를 위해 꽃다발을 전해주던 그 소녀(단발머리·1980년).

=어느덧 아줌마가 된 그 소녀들은 변함없이 ‘오빠’를 외쳤다. 4만2000석이 일찌감치 매진됐고 추가 판매 요청이 쇄도해 5만 석으로 늘렸다. 공연 도중 조용필은 “이제까지 경험 후회 사랑 슬픔을 노래로 승화시킬 수 있었던 것은 팬의 힘”이라고 말했다. 플래카드와 단체 티셔츠 등으로 ‘40년 오빠사랑’의 건재함을 보여준 건 조용필의 힘이었다. 한 40대 남성 관객은 “서울 시민 5만 명을 한자리에 모일 수 있게 하는 건 월드컵축구와 조용필뿐”이라고 말했다.

―서울 서울 서울 아름다운 이 거리, 서울 서울 서울 그리움이 남는 곳, 서울 서울 서울 사랑으로 남으리(서울서울서울·1988년).

=화려하면서도 웅장한 무대와 조명장치가 이날 공연의 열기를 더욱 뜨겁게 했다. 무대 양옆에 있는 높이 40m의 기둥에서 쏟아내는 현란한 조명(라인 LED)은 국내에서 처음 선보인 장치로 객석을 압도했다. 이 노래를 부를 때 밤하늘에는 몇 분간 불꽃놀이가 펼쳐졌다. 세 번째 앙코르곡 ‘여행을 떠나요’를 부를 때는 모형으로 만든 대형 비행기가 지나가면서 ‘감사합니다’라는 대형 천막을 드러내 보였다. 한 관객은 “30주년과 35주년 때도 와서 봤는데 이번 공연이 노래는 물론이고 무대장치 등 볼거리에서도 가장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한순간 스쳐가는 그 세월을 내 곁에 머물도록 하여주오. 꿈이 꿈으로 끝나지 않을 사랑은 영원히 남아 언제나 내 곁에(그대 발길 머무는 곳에·1987년).

=‘여행을 떠나요’를 부른 뒤 조용필은 무대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관객들의 연호는 멈추지 않았다. 다시 무대로 올라온 그는 ‘추억 속의 재회’ ‘그대 발길 머무는 곳에’ 등 두 곡을 불렀다. 조용필이 앙코르로 세 곡을 부른 뒤 다시 무대에 선 것도 이례적이다. 기획사 측은 “이 노래는 앙코르가 아니라 예비곡으로 준비해 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대 발길 머무는 곳에’는 그가 앙코르곡으로 한 번도 부르지 않은 곡이다. 조용필은 떠날 줄 모르는 관객의 열광에 ‘깜짝 앙코르’로 화답한 셈이다.

조용필 데뷔 40주년 기념 콘서트는 대전 월드컵경기장(31일), 대구 월드컵경기장(6월 14일) 등 19개 도시와 미국을 순회하며 12월 13일까지 이어진다. 02-541-7110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김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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