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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4월 22일 0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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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볼 것이다” ‘매트릭스’ 시리즈로 유명한 워쇼스키 형제(래리 워쇼스키, 앤디 워쇼스키) 감독이 신작 ‘스피드 레이서’를 들고 5년 만에 다시 찾아왔다. 일본 만화가 요시다 다쓰오의 작품 ‘파일럿 에이스’가 원작인 이 작품은 국내 가수 ‘비(정지훈)’의 할리우드 진출작으로 화제를 모았다. 비는 이 영화에서 비중 있는 조연인 ‘태조 토고칸’ 역을 맡았다. ‘스피드 레이서’는 가상 시공의 미래 도시 코스모폴리스를 배경으로 ‘포뮬러1’의 자동차 경주 세계를 다룬 영화. 포뮬러 세계의 상업 논리에 맞서는 주인공인 레이서 ‘스피드’(에밀 허시)의 활약상을 담았다. 》
○ 워쇼스키 형제의 팬이라면
↑ 자동차경주 박진감 스릴
↓ 단순한 줄거리 흥미 반감
▽좋았어=‘매트릭스’의 팬이라면 주인공 네오가 수십 발의 총알을 피하는 장면을 기억할 것이다. 영화사에 유례가 없었던 이 장면은 ‘불릿타임 효과(Bullet time effect)’로 명명됐다.
‘매트릭스’가 ‘불릿타임 효과’로 사람들을 감탄시켰다면 ‘스피드 레이서’에는 ‘카푸(Carfu)’가 있다. ‘자동차(car)’와 ‘쿵후(gongfu)’의 합성어인 ‘카푸’는 도시의 고층 빌딩 사이를 넘나드는 포뮬러 트랙에서 경주차가 공중제비 등의 곡예를 부리며 상대 경주차와 싸우는 카레이싱 대결을 쿵후 대결에 견준 것. ‘카푸’는 만화적 느낌이 강한 실사 화면의 빠른 전개로 박진감이 넘친다. 3D보다는 아날로그 만화 느낌이 나는 배경에 실사가 덧입혀져 마치 플레이스테이션의 자동차 경주 게임을 스크린으로 옮긴 듯한 느낌을 준다.
▽아쉬워=‘매트릭스’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것은 영상뿐 아니라 동서양의 종교·철학을 혼합해 만든 독특한 세계관 때문이었다. 그에 비해 ‘스피드 레이서’는 단순한 줄거리의 오락영화다. 자본으로 포뮬러 세계를 좌지우지하려는 기업가 로열턴에 패기가 넘치는 젊은 레이서가 맞서는 구조로 이전 작품처럼 스토리의 묘미는 없다.
○ 비의 팬이라면
↑ 생생한 액션연기 매력적
↓ 단순한 감정표현 아쉬움
▽좋았어=비가 워쇼스키 형제의 영화에 출연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비의 출연 비중이 적을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그러나 비가 맡은 ‘태조 토고칸’을 빼고는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을 만큼 비는 비중 있는 조연으로 등장한다.
‘태조 토고칸’은 자동차회사 ‘토고칸 모터스’의 후계자로 주인공 스피드를 자신의 레이싱 팀에 끌어들여 ‘카사 크리스토 5000’이라는 대회에 출전시키는 인물로 나온다. 주인공과 비밀에 싸인 ‘레이서 X’ 그리고 태조 등 세 명은 한 팀을 이뤄 작품 곳곳에서 인상적인 액션 연기를 선보이며 레이싱을 벌인다.
주인공의 엄마 역인 수전 서랜든이나 ‘레이서 X’ 역의 매슈 폭스 등 할리우드 스타와 비교해도 비중이 떨어지지 않는다.
▽아쉬워=특수 효과가 부각된 영화의 한계일 수 있지만 비의 연기력을 논하기 어려울 정도로 자동차 경주 장면과 무술 액션이 대부분이다. 작품의 결말 부분에서 비가 별다른 역할을 하지 않는다는 점도 아쉽다. 비는 “태조는 아직 감춰진 것이 많은 인물”이라며 “후속편도 나올 예정인데 후속편에서는 ‘태조’가 본격적으로 다뤄질 것 같다”고 말했다. 5월 8일 개봉. 전체 관람가.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dongA.com에 동영상
▼‘스피드 레이서’ 출연 가수 비▼
“할리우드, 한국시장 주목
이미 3 탄까지 계약했죠”
비(27·사진)가 워쇼스키 형제의 마음을 적셨다.
비는 21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의 한 카페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스피드 레이서’ 3탄까지 계약을 했다”며 “이들 형제가 제작할 영화 ‘닌자 어새신’의 주연 제안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강행군을 벌이는 한국 영화 촬영 경험을 살려 휴식을 마다하고 열심히 했더니 좋은 인상을 남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영화에 출연하게 된 배경에 대해 “일본 워너브러더스가 오디션에 추천을 했다”며 “다른 할리우드 영화에서도 주연 섭외가 있었지만 워쇼스키 형제 같은 정상급 감독들이 활약하는 메이저리그에서 연기하고 싶어 (조연임에도) 이들 형제의 작품에 도전했다”고 말했다.
영화 속에서 헬멧에 비의 배역 이름인 ‘태조 토고칸’이 한글 로고체로 들어간 것에 대해 그는 “원래는 영어로 새기려고 한 것인데 감독과 식사할 때 한글로 이름을 적어 보여주며 디자인의 우수성을 설명하고 작품에 넣자고 졸랐다”며 “감독이 이 이름을 정했는데 ‘태조’는 한국 왕, 칸은 몽골 왕 호칭에서 따온 것이고 나머지 두 글자의 뜻은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시아 시장 안배 차원에서 캐스팅된 것은 아니냐’는 질문에 “(시장이 커진 만큼) 당연하다”며 “할리우드에서도 한국 시장을 주목하고 있는 것 같아 기회가 될 때마다 한국 가수와 배우들을 감독에게 소개했다”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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