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의 발견]불가능한 인연을 기대하는 재즈클럽

  • 입력 2008년 4월 4일 03시 00분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재즈클럽 ‘원스인어블루문(Once In A Blue Moon)’은 이름이 독특하다. 간판 디자인 또한 이채롭다. 어떤 숨은 그림이 있는 것처럼 해석하기도 다소 난해하다.

원스인어블루문을 직역하면 ‘파란 달이 뜰 때 한 번씩은’이다. 실제로 파란색 달은 없다.

이 표현은 ‘정말 어쩌다 한 번’ 내지는 ‘있을 수 없는 일’ 등 흔히 일어날 수 없는 일을 빗대 얘기할 때 쓰인다.

재즈클럽에 어려운 명칭을 붙이고 손에 잡히지 않는 이미지를 쓴 데는 남다른 의도가 숨겨 있다.

재즈 분위기와 함께 쓸쓸하지만 로맨틱한 기억을 되살리라는 뜻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이름과는 반대로 이곳에 가면 불가능한 인연이 만들어지거나 오랫동안 잊혀진 친구를 만날 것 같은 기대감을 준다.

간판 디자인도 명칭을 뒷받침한다. 아련히 비치는 달빛을 받은 건물의 그림자는 마치 울부짖는 늑대 모습 같다.

재즈가 지닌 다소 우울하고 외로운, 한편으로는 감미로운 이미지를 스산한 뉴욕 뒷골목의 밤거리 풍경을 소재로 디자인한 것이다.

소매 매장이나 업소들의 아이덴티티를 디자인하는 경우에 차별화와 기억 소구점이 핵심이다. 다른 업종이나 동종 업소와 차별화된 이미지를 만들고 동시에 확실히 기억에 남을 수 있도록 해 다시 찾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상호에는 긍정적인 뜻을 담고 되도록 짧게 작명하는 것 또한 좋은 느낌으로 쉽게 기억하라는 의도다.

하지만 이 재즈클럽은 상당히 긴 명칭을 사용했다. 다소 파격이다. 명칭에는 기업 이미지와 경영 철학을 함축적으로 담아야 한다.

긴 이름은 차별화가 가능하지만 자칫하면 기억하기 어렵고 너무 설명적으로 되기 쉽다.

원스인어블루문은 다소 길지만 숙어 형태라 기억하기 쉽다. 달과 푸른색 등 재즈클럽의 분위기를 표현하는 단어들이 들어있으면서 특별했던 기억을 되새기는 의미로 엮어져 독특함도 지닌다.

이곳은 외환위기 상황이던 1998년 문을 열었다. 많은 사람이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예상을 했지만 그 예상을 깨고 손님이 꾸준히 찾아온다. 남들이 어렵다고 생각하던 시기와 영역이었지만 사업을 고급화하고 독특한 명칭과 이미지로 승부를 걸었다. 경영철학과 이를 대표하는 회사 아이덴티티가 매치될 때 메시지는 강력해진다.

이곳에 애착이 가는 이유는 필자가 작명하고 디자인한 곳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재즈 분위기를 살린 곳에서 때론 경쾌하고, 때론 감미로운 음악을 즐기면 외로운 도시민이 삶의 활력소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박영춘 삼성디자인학교(SADI) 제품디자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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