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7080의 영원한 오빠, 듀란듀란이 온다

  • 입력 2008년 3월 21일 02시 57분


1980년대 초반, 국내 중고교 앞 문방구는 ‘브로마이드 전쟁’으로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여학생들은 순정만화에서 갓 튀어나온 듯한 ‘오빠’들을 하루라도 더 빨리 얻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당시 학창시절을 보낸 사람들에겐 매끈한 외모의 오빠들 사진을 코팅한 빳빳한 책받침을 교과서 아래로 훔쳐보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추억 속에는 어김없이 그룹 ‘듀란듀란’(사진)이 차지하고 있다.

세월이 지나 추억의 꽃미남들은 어느덧 머리가 희끗희끗한 40대 아저씨들로 돌아왔다. 데뷔 30년차, 강산이 세 번 바뀔 동안 ‘듀란듀란’도 멤버 교체로 부침을 겪었다. 하지만 2004년 앤디 테일러를 제외한 닉 로즈(키보드) 존 테일러(베이스) 로저 테일러(드럼) 사이먼 르 본(보컬) 등 원년 멤버들이 모두 모이면서 활동 재개를 선언한다. 그 후 4년, 이들은 19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는다. 4월 17일 오후 8시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다.

1989년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첫 내한공연을 가졌던 이들은 e메일 인터뷰에서 한국에 대한 첫 느낌을 ‘공연장에서 관객들이 던지며 놀던 말랑말랑한 봉제 곰돌이 인형’으로 기억했다. 자신의 노래에 뜨겁게 반응했던 한국 관객을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이유로 한국 공연은 멤버들의 강력한 요청으로 성사됐다는 후문이다.

‘레드카펫 매세커(Red Carpet Massacre) 투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월드투어에서는 발표할 때마다 미국과 영국 모든 차트를 휩쓸던 히트곡 ‘노토리오스’ ‘어 뷰 투 어 킬’ 등을 비롯해 최근 발표한 앨범 ‘레드카펫 매세커’의 수록곡을 들려준다. 이 앨범은 프로듀서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팀벌랜드와 저스틴 팀벌레이크가 참여해 화제를 모았다. 이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듀란듀란 음악에 ‘스타일리스트’를 영입한 셈. 특히 앨범 수록곡 중 ‘폴링 다운’은 할리우드 스타들을 향한 일침의 메시지를 담은 곡으로 멤버들이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제작에 참여했다.

19년 만에 한국을 찾는 듀란듀란의 기분은 어떨까. 그들조차도 “1989년 우리들의 공연을 돌아보면 약간 느끼하고 촌스러웠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며 “공연장에 들어오는 순간 죽여주게 섹시한 기분을 느낄 것”이라고 각오를 다지고 있다. 아울러 파티 의상을 입고 오라는 주문까지 했으니 ‘그때 그 시절’의 여고생들은 참고하시길. 5만∼9만 원. 02-515-2449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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