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시인의 시적 자서전…‘사랑하고 노래하고 투쟁하다’

  • 입력 2008년 3월 15일 02시 49분


◇사랑하고 노래하고 투쟁하다/파블로 네루다 지음·박병규 옮김/540쪽·2만5000원·민음사

“칠레의 숲 속에 들어가 보지 못한 사람은 이 세상을 안다고 할 수 없다. 나는 그 땅에서, 그 흙에서, 그 침묵에서 태어나 세계를 누비며 노래했다.”

스스로는 마음이 행복하다 말했다. ‘양심은 평안하되 지성은 불안한 사람’이라고도 했다. 격정적인 사랑 노래부터 전율스러운 투쟁가까지. 라틴 우림이 선물한 “20세기 가장 위대한 시인”(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파블로 네루다는 세상을 시로 빚었다.

시와 함께했던 네루다 자신의 평생을 기록한 자서전이다. 1904년 칠레 파랄에서 태어나 열 살 때부터 시를 쓴 기억. 지독한 고독과 수줍음 속에 꽃핀 연애시 ‘스무 편의 사랑의 시와 한 편의 절망의 노래’(1924년). 그리고 스페인 내전을 겪으며 민중에 대한 사랑을 각성한 이후의 삶. 사랑과 자연, 휴머니즘으로 가득 찼던 그의 시 세계를 찬찬히 들려준다.

감정이 풍만한 시인이나 책은 정갈하다. 여타 자서전처럼 개인적 감상이나 내면에 치중하지 않는다. 자신을 둘러싼 세상과 사람을 조망한다. “사람에게 어떤 딱지도 붙지 않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시대를 걱정하고 민중을 사랑했던 시인의 마음이 한 편의 서사시처럼 얼기설기 엮여 있다.

“문득 고독이라는 남쪽에서 민중이라는 북쪽으로 방향을 전환한 나 자신을 보게 됐다. 내 보잘것없는 시는 민중에게 칼이 되고 손수건이 됐다.”

밀치고 찢긴 영혼을 보듬는 힘. 그건 글과 삶이 합치하는 순간 나오는 것임을 시인은 행동으로 보여 줬다. 원제 ‘Confieso que he vivido’(1974년).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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